[류한준기자]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지난 시즌 팀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세터 포지션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신 감독은 현역시절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잇는 명세터로 활약했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는 선수로, 삼성화재에서는 플레잉코치로 활동하면서 공격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는 토스를 올린다고 해서 '컴퓨터 세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세터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인 것이다.
신 감독은 한국전력 사령탑 부임 후 세터진에 한 차례 변화를 줬다. 오프시즌 동안 LIG 손해보험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양준식을 내주고 권준형을 데려왔다.
성에 차진 않았다. 권준형이 주전으로 뛰긴 했지만 불안한 모습이 종종 보였다. 신 감독 입장에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세터의 영입이 절실했다. 그런 배경 속에 이번에 권영민이 임대를 통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파탈은 29일 서재덕과 권영민·박주형의 1대2 임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권영민은 김호철 감독과 신영철 감독에 이어 한국남자배구 명세터 계보를 이었던 선수다. 그보다 4년 선배인 최태웅(현대캐피탈)이 '넘버원' 세터로 활약할 때도 다음 세대를 대표할 재목으로 첫손가락에 꼽혔다.
권영민은 현대캐피탈이 지난 2005-06, 2006-07시즌 2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당시 중심에 있었다.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거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세터로 뛰었다. 그렇기에 이번 임대 이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
권영민은 올 시즌 들어 예전만큼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상이 심한 건 아니지만 기대에 못미쳐 걱정을 사고 있었다. 그도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삭발까지 하는 등 남다른 각오를 코트에서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신인 세터 이승원이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록상으로는 기량이 하향세를 탔다고 볼 수는 없다. 권영민은 29일 현재 공격종합 세트 성공률에서 56.3%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원이 기록한 52.1%를 앞선다. 다만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예전같지 않았다.
슬럼프가 길어진 셈인데 이번 한국전력행이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김호철 감독은 "트레이드 결정을 내리면서 마음이 좋진 않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권)영민이는 팀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봤던 선수인데 (이적 결정이) 쉽진 않았다. 영민이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권영민을 데려온 신영철 감독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냐"며 "실력이 있는 선수라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한국전력은 4라운드 첫 경기를 새해 1월 7일에 치른다. 권영민이 새로운 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보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로 옮기게 된 서재덕은 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는 약점인 수비와 리시브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는 29일 현재 리시브 부문 1위다. 세트당 평균 5.884개를 기록 중이다.
수비 부문에서도 서재덕은 세트당 평균 7.246개로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서)재덕이가 문성민과 케빈에게 몰리는 부담을 일정 부분 책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재덕이가 빠진 부분은 영민이와 함께 이적해온 박주형과 기존의 주상용으로 메워야 한다"고 했다. 박주형은 리시브 부문에서 서재덕에 이어 2위다. 세트당 평균 4.917개를 기록 중이다.
주상용은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시절 주전 멤버는 아니었지만 권영민의 토스를 받아 스파이크를 때린 경험이 있다. 두 사령탑 모두 "이번 이적으로 어느 팀이 더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본다기보다 두 팀 모두 모자란 부분을 채운 트레이드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4라운드 맞대결은 오는 1월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다. 잎선 1~3라운드에서는 한국전력이 현대캐피탈과 3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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