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이동현(31)은 로맨티스트다. 세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마지막 인대는 LG를 위해 바치겠다"고 영화 속 대사같은 말을 남겼다. 그만큼 데뷔 후 줄곧 뛰어온 소속팀 LG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동현은 지난 2001년 경기고를 졸업한 뒤 LG에 입단했다. 이후 한 번도 팀을 떠나본 적이 없다. LG맨으로서의 자부심이 큰 이유다. 2015시즌을 마친 뒤에는 FA 자격을 획득하는데, 이는 LG에서만 뛴 불펜투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LG를 위해 팔이 빠져라 공을 던진 이동현은 자신이 그렇듯 구단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연봉협상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 컸다.
지난해 이동현은 홀드 2위를 차지하는 등 6승 3패 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00(72이닝 24자책)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연봉은 8천500만원에서 1억7천만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성적에 따른 연봉 증감폭이 큰 LG의 신연봉제를 감안할 때 활약상에 비해 부족한 연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이동현의 연봉계약에는 팬들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이동현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 LG의 팬들은 지난해 이동현의 연봉협상 결과에 이동현 본인보다 더 안타까워했다.
올 시즌 역시 이동현은 5승 1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2.73(59.1이닝 18자책)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이동현은 2015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다. 예비 FA 프리미엄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협상을 마친 이동현은 구단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받지 못했다. 이동현은 19일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처음 협상을 했는데, 아직 모르겠다"며 "FA가 된다는 것도 있고, 작년에 바보같이 했던 것 같기도 해서 이번엔 몇 번 더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역시 예비 FA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FA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돈을 더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는 LG에서 FA 자격을 획득한다는 자부심, 두 번째는 LG가 다른 팀에 자신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동현은 "내년에 FA가 된다면 LG에서만 뛴 불펜 투수로는 처음 FA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기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현은 "요즘 하도 FA 거품 이야기가 많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예비 FA 프리미엄은 다른 팀에게 '이 선수는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어제 들은 조건은 어느 팀이든 부담없이 데려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 조금 서운했다. 난 인대까지 바칠 생각이었는데, 그냥 똑같은 선수 한 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LG 구단이 이번 연봉협상을 앞두고 불펜 투수들의 고과 산정에 방식에 변화를 줬다는 점이다. 등판하지 않고 불펜에서 몸을 푼 것도 고과에 반영하기로 한 것. 이동현은 "작년에 그냥 도장을 찍으면서 몇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는데, 이미 계약한 어린 선수들 얘길 들어보니 반영이 된 것 같더라"며 흐뭇해 했다.
마지막으로 이동현은 "이번에 안지만이 FA 계약(65억원, 역대 불펜 투수 FA 최고 금액)을 한 것이 불펜 투수들에 대한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나도 그걸 이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이동현의 이상과 현실에는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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