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배우 유지태는 참 고요한데 그 파동은 세다.
유지태는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상위 1% 스타기자 김문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김문호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1992년에 벌어진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윗 세대와 이후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김문호는 "난 죄를 지었다. 그 죄의 이름은 침묵이다"라는 혼잣말처럼 과거의 사건에 대한 고뇌를 간직한 채 "잠잠해질만 하면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또 채영신(박민영)을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애틋함과 제일신문 회장인 형 김문식(박상원)에 대한 애증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6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유지태는 그 누구보다 복잡한 내면의 김문호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됐다. 화려한 액션의 지창욱(서정후 역)이나 막춤 등으로 망가지는 박민영과 달리 말과 행동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미세한 변화만으로 그러한 감정을 명확히 구분해 전달하고 있다.
지난 3,4회는 유지태가 '왜 특별한 배우인지' 여실히 알 수 있는 회차였다.
유지태는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채영신을 바라보는 아련한 눈빛과 형을 은근하게 협박하는 단오한 어조, 보도부 부장 강민재(우희진)에게 능글맞게 구는 모습과 내면의 아픔까지 작은 숨소리와 눈빛의 떨림만으로도 짚어냈다.
특히 지난 16일 방송된 4회에서 형의 주선으로 만나게 된 언론사 사주들과의 자리에서 비꼬는 듯한 말투와 알 수 없는 미소를 유지하다가 한 순간 고개를 돌리며 찡그리는 얼굴에서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만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또 성상납 보도를 한 이후 위험에 처하게 될 채영신을 찾아가 그녀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아주 미세하게 짓는 미소는 20여 년간 쌓여온 채영신에 대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함축됐다.
유지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신선한 경험을 했다. 시놉시스부터 대본을 보면서 3회분을 찍는데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났다"며 "영신이가 갖고 있는 아픔과 문식, 명희 그들의 드라마들에 연민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영신을 만날 때도 그런 느낌이 든다. 영신이 밝은 캐릭터로 나올 때마다 마음 한켠에서 아프다. 캔디처럼 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래서 영신이를 어떻게 하면 보호를 하고 지켜주고 어떻게 미래를 설계를 해줄까 생각하면서 연기한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유지태는 이미 김문호 그 자체가 돼버렸다.
"역할을 맡게 되면 캐릭터의 외면적인 것과 내면적인 부분을 분석하고, 자료조사와 인물 인터뷰를 진행한다. 대본을 받으면 입신한 듯 계속 중얼거린다. 그러면 정형화되지 않은 인물이 내 안에서 꿈틀댄다"는 유지태가 그려갈 김문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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