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2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38)이 또 하나 의미있는 기록을 수립했다. 이승엽은 9일 열린 201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벌써 9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통산 최다수상 신기록을 세웠다.
수상 후 이승엽은 "올 시즌이 프로야구 데뷔한 지 20년째 되는 해였다"며 "20년을 마감하는 뜻깊고 고마운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이날 골든글러브는 이승엽 스스로에게도 의미있는 수상이었다.
지난 1995년 고졸신인으로 삼성에 데뷔한 이승엽은 올 시즌 정확히 프로 데뷔 20년차 시즌을 보냈다. 투수로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입단 첫 해부터 13개의 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1997년 32개의 홈런으로 처음 홈런왕을 차지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다.
일본에서의 8년 간 활동을 정리하고 지난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승엽의 전성기는 지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을 기록, 요미우리 시절이던 2006년(41홈런, 108타점) 이후 8년만에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한국 나이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 선수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20년 동안 실로 많은 업적을 쌓아올린 이승엽이다. 1999년 54개의 홈런으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50홈런 시대를 열어젖혔고, 2003년에는 56개의 아치를 쏘아올리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승엽의 이 기록은 지난해가 돼서야 일본 야쿠르트의 발렌틴(60홈런)에 의해 깨졌다.
통산 기록에서도 이승엽은 독보적이다. 2012년에는 한일 통산 500홈런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양준혁(351개)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까지 이승엽의 한국 통산 홈런 수는 무려 390개에 이른다. 다음 시즌 충분히 400홈런 달성이 기대된다.
한일 통산 600홈런 달성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승엽은 현재 549개의 한일 통산 홈런을 기록 중이다. 51개를 추가하면 600홈런을 채울 수 있다. 올 시즌 보여준 활약을 감안할 때 이승엽의 기량이 갑자기 쇠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20년 넘도록 꾸준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었다. 이승엽은 한국 복귀 첫 해였던 2012년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으로 나름대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2홈런 69타점으로 부진에 빠졌다. 그러자 이승엽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간결한 타격폼으로 변화를 꾀했고, 그것이 들어맞아 다시 한 번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승엽의 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선수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홈런왕 3연패를 차지한 박병호 조차 이승엽의 통산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박병호의 통산 홈런 숫자는 157개다. 이승엽과는 233개 차이다. 40홈런씩 6년을 꾸준히 쳐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승엽의 홈런 숫자가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의 수상 횟수 역시 이승엽의 가치를 잘 설명해준다. 일본에서 뛴 8년을 제외하면 이승엽은 한국에서 12년을 뛰었다. 그 중 9번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전성기가 지나 한국에 복귀한 뒤에도 이승엽의 황금장갑 수집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나이가 들어도 이승엽은 이승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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