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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 레전드들의 이별,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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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정민철 이어 장종훈 코치마저 팀 떠나…영구결번 전원 이탈

[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들이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아쉽지만 서로가 성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한화의 홈 대전구장 외야 스탠드에는 세 개의 영구결번이 우뚝 서 있다. 21번과 23번, 그리고 35번이다. 송진우(21번), 정민철(23번), 장종훈(35번) 코치의 현역 시절 등번호다. 하지만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들의 모습을 다음 시즌부터는 볼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함께 시작된 일이다. 가장 먼저 송진우 코치가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어 정민철 코치가 사의를 표했고, 장종훈 코치 역시 김성근 감독의 만류에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송진우, 정민철 코치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새출발하고 장종훈 코치는 롯데 자이언츠로 팀을 옮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한 한화다. 새로운 사령탑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코칭스태프의 변화를 불러온다. 감독이 팀을 이끌기 편한 인사들로 코칭스태프를 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코칭스태프는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스스로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영구결번 3인방 외에도 강석천, 조경택 코치, 한용덕 단장 특보 등 한화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지도자들도 줄줄이 팀을 이탈했다. 이들 셋은 모두 두산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한다. 이로써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완전히 새로운 코칭스태프로 2015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이미 한 차례 한화의 순혈 지도자들은 변화의 파도를 맞은 바 있다. 2012시즌 종료 후 김응용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것. 김응용 감독 역시 과거 해태 출신의 코치 위주로 코칭스태프를 꾸렸고, 한화 출신 지도자들은 대부분 2군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2년 연속 최하위인 9위에 머문 것. 이는 곧 김성근 감독이 새롭게 한화의 지휘봉을 잡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한화 출신 지도자들은 또 한 번 입지가 좁아졌고, 이번에는 대규모 이탈 사태로 이어졌다.

순혈 지도자들의 장점은 팀을 속속들이 파악해 선수들에게 맞춤 지도를 할 수 있고, 자부심을 이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역 팬들에게도 팀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좋은 선물이다. 반면 잘못된 관습에 젖을 수 있고, 지연과 학연에 얽매일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화 구단과 팬들에게는 레전드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난 것이 서운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화는 완전히 새로워진 코칭스태프를 통해 팀 체질을 개선할 수 있고, 레전드들도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개인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해설위원 출신들이 감독, 코치로 복귀하는 경우가 잦다. 객관적인 위치에서 야구를 바라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내공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또한 팀을 옮겨 다른 구단의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도 야구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화의 레전드들은 영영 팀을 떠난 것이 아니다. 한화 구단 직원들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시지 않겠나"라며 섭섭함을 스스로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만 안녕'을 고한 한화와 레전드들의 이별은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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