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슈틸리케호의 중동 2연전이 끝났다. 선수 발굴과 탄력적인 경기 운영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 속 패하기는 했지만 이란전에서도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상대의 '나쁜 축구'에 대한 대처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특히 중동권 팀들의 거친 파울과 드러눕기는 한두 해 겪은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역시 매끄럽게 극복하지 못했다. 이란은 골을 넣은 뒤 시간 지연을 위해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누웠고, 자극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말려든 우리 대표선수들은 흥분했고 이후 정교한 플레이로 이어가지 못했다. 이란이 늘 한국을 괴롭혔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해 승리를 가져갔다. 이란을 상대로 복수는 고사하고 한만 더 쌓이고 말았다. 경기 내내 이란의 거친 몸싸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이란의 '나쁜 축구'는 2012년 10월 원정, 2013년 6월 홈에서 열린 두 차례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모두 나왔다. 원정에서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곽태휘와 언쟁을 벌이다 퇴장 당했다. 이란 선수들은 득달같이 한국 측에 달려들어 시비를 걸었다. 홈에서는 경기 종료 뒤 케이로스 감독이 최강희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알고서도 이번에 또 이란에 당했으니 속이 쓰리다. 그나마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나쁜 축구에 대한 예방주사를 미리 맞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한 조에 속했다. 중동팀 오만, 쿠웨이트과 1, 2차전을 치른다.
오만, 쿠웨이트는 이란 못지않게 자주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팀들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니 몸싸움을 강하게 걸어 기를 꺾으려 할 것이다.
이런 팀들을 상대로 이기는 특효약은 선제골과 다득점이다. 골을 먼저 넣어야 상대가 시간을 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이 이른 시간 터져나오지 않으면 한국이 초조해진다. 슛 난사를 하다가 경기를 어이없게 내주는 경우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관전한 뒤 "한국 선수들은 너무 착하다. 상대에 맞게 뛰어야 한다"라며 강하게 맞붙는 축구를 주문했다. 우루과이 선수들 역시 골을 넣기 위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골을 넣은 뒤에는 심리적으로 한국을 흔들었다.
이란전에서는 파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경기 성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원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에는 아직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친선전이지만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부딪히는 전술적 유연함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골 결정력을 키워 많은 골을 넣음으로써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 최상책임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이란을 만날 수 있는 시점은 4강이다. 매번 아시안컵마다 8강에서 붙어 서로 힘을 다 빼곤 했다. 이란전을 치르고 나면 그 후유증으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다시 만난다면 나쁜 축구를 제대로 학습한 한국이 어떤 축구로 맞서 공략을 할 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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