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실험은 끝났다.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발할 대표선수들의 윤곽도 확인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취임 후 치른 4경기 결과는 2승2패, 2득점 4실점이었다. 신태용 코치가 임시로 지휘했던 2경기까지 포함하면 3승3패, 5득점 6실점이다. 득점보다 실점이 조금 많다는 점에서 골 가뭄을 해결하고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선수 찾기에 주력했고 요르단전에서도 가장 필요한 부분만 점검했다. 이란전에서는 최정예를 출전시켜 마지막 가능성을 확인했다.
로드맵은 확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이란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아시안컵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라며 최종 모의고사임을 강조했다.
선수 발굴은 어느 정도 끝났다. 남태희(레퀴야)는 유연한 볼 전개와 침투에 결정력까지 보여주며 기존 포지션 경쟁자인 구자철(마인츠05)을 위협했다. 상대적으로 구자철은 브라질 월드컵 부진 이후 부상이 겹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슈틸리케호에서는 별로 보여준 것이 없었다.
남태희가 처진 공격수는 물론 좌우 윙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슈틸리케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어느 위치에서도 뛸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대표팀에서는 교체 요원 정도였고 비주류였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상징으로 우뚝 섰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그만큼 새얼굴이 절실했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김민우(사간도스) 역시 남태희와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공격 전개와 날카로운 측면 가로지르기는 강력한 옵션으로 등장했다. 수비 가담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조직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는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한교원(전북 현대) 역시 요르단전 골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의 보완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박주호(마인츠05)의 멀티능력 재점검도 훌륭하게 끝났다. 요르단전에서 왼쪽 풀백, 이란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됐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에서는 공격 연계 능력을 보여줬다. 상대 몸싸움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지만 이는 경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중앙 수비에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김주영(FC서울)을 등장시켜 기존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콤비를 긴장시킨 것도 소득이다. 특히 김영권은 공격적인 성향 탓에 뒷공간을 자주 내주는 단점을 보완하지 못했고 일대일 능력도 다소 떨어졌다. 홍정호는 나름 제 몫을 했지만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어 경기 감각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장현수는 이란전에서 좋은 수비로 맞섰다. 비록 이번 대표팀에는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김주영의 발굴도 큰 수확이다. 대인방어와 공간 장악 능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골키퍼 역시 3인자였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끌어올려 정성룡(수원 삼성)과 김승규(울산 현대)를 흔들었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체제에서 2차례 경기에 나서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한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달 9일까지 50명의 예비 명단을 구성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한다. 이후 12월 30일까지 23명의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내놓아야 한다. 두꺼워진 선수층으로 대표팀 구성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안게 된 슈틸리케 감독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