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SK 박진만(38), LG 박용택(35), 삼성 배영수(33).
이들의 공통점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FA에는 뭔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재취득자.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뜻이다. 박진만은 벌써 3번째, 박용택과 배영수는 두 번째 FA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6일 FA 자격 선수 총 21명의 명단을 공시했다. 이들 가운데 신규 취득자가 17명, 이미 자격을 취득한 뒤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가 1명, 나머지 3명이 재취득자다. 박진만, 박용택, 배영수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박진만은 고졸신인으로 1996년 현대에 입단,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FA를 향한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2004년 처음 FA 자격을 얻은 박진만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던 4년간 39억원의 조건에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어 4년 뒤 자격을 재취득, 1년 간 12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FA다.
박용택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에 입단했다. 그리고 2010년 FA 자격을 취득, 그 해 LG와 최대 34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다시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4년 전 옵션이 잔뜩 걸려 있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자존심을 구겼던 박용택이 이번엔 어떤 조건에 계약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배영수는 2000년 고졸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하며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부상에 신음하며 2010년이 돼서야 첫 FA 자격을 따냈다. 간 수치 때문에 일본 야쿠르트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배영수는 2년 간 17억원의 조건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이후 4년이 지나 다시 FA 자격을 얻어낸 것이다.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FA를 두 번, 그리고 세 번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꾸준한 자기관리에 있다. 세 선수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재활을 통해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특히 배영수는 투수로서는 치명적인 어깨, 팔꿈치 부상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배영수와 박용택은 FA 승인을 신청할 것이 확실시 된다. 반면 박진만은 올 시즌 활약이 미미했던 데다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마흔이 되는만큼 신청서를 제출할 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을 정도로 긴 세월 현역 생활을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KIA로 팀을 옮긴 김기태 감독은 LG 시절 젊은 선수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FA 두 번씩은 한다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자기관리만 잘 한다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FA 시장도 총액 약 523억원이 오간 지난해에 뒤지지 않는 규모로 펼쳐질 전망이다. 玧성환·안지만(이상 삼성), 장원준(롯데), 최정·김강민(이상 SK) 등 대어급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 이들 가운데 박진만, 박용택, 배영수은 최대어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꾸준함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 어느 선수들보다 진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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