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월화수목 평일은 KBS에게 괴롭다.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와 수목드라마 '아이언맨'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모두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를 합쳐도 시청률이 10%도 안 된다. 후속 작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원작인 일본 만화와 일본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터라 기대를 모았다. '흥행 보증수표' 주원이 캐스팅됐고, 관심을 모았던 여자 주인공이 여러 원작 팬들의 바람대로 심은경으로 결정되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전작인 '연애의 발견' 마지막회 7.6%보다 높은 8.5%로 첫 방송을 시작한 건 그러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2회에서 7.4%, 3회 5.8%로 떨어진 뒤 5~6%를 전전하고 있다. 주원의 열연은 빛난다는 평이지만 극 전개가 기대에 못 미쳤다.
종영까지 1회를 남겨둔 '아이언맨'은 작품성과는 별개로 시청률만 놓고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분노를 하면 몸에서 칼이 돋아난다는 독특한 설정과 이동욱, 신세경의 조합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첫 회 6.6%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 12일 방송분이 3.2%까지 추락했다.
두 작품의 최근 방송분 시청률 합은 8.8%다. '아이언맨'의 전작 '조선총잡이' 마지막회가 기록한 12.8%에 한참 못 미친다. 두 작품의 전작들과 비교해 시청률이 반 토막 났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KBS는 후속작에 잔뜩 힘을 줬다. 유지태가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힐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왕의 얼굴'이 그 주인공.
'힐러'는 유지태를 비롯해, MBC '기황후'를 통해 찬사를 받은 지창욱 그리고 박민영이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도지원, 박상원, 우희진, 박상면, 오광록 등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연기력 면에서는 믿음이 간다. 게다가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의 작품이다.
상위 1% 스타 기자 유지태,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지창욱, 똘끼 충만한 신문 기자 박민영의 캐릭터도 기대를 모은다.
'왕의 얼굴'은 KBS의 또 다른 야심작이다. 영화 '관상'과 콘텐츠의 유사성을 두고 잡음이 있긴 했지만 최근 재판부가 '유사성이 없다'며 '관상' 측의 드라마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홀가분하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
최근 대세 배우로 떠오른 서인국이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고, 이성재, 조윤희, 신성록, 김규리 등이 출연한다. 영화 '관상'이 흥행에 성공해 중복되는 각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 터라 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캐릭터를 재탄생시킬 지가 관건이다.
KBS의 물량공세는 대단하다. '힐러', '왕의 얼굴' 두 작품 모두 방송 전부터 티저 영상과 배우별 촬영 모습 등을 공개하며 각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청률 면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마트폰 등으로 드라마를 보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내일도 칸타빌레', '아이언맨'은 '젊은 요소'가 강했다.
'힐러'는 정치나 사회정의 같은 건 그저 재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맞짱 뜨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다. '모래시계'의 향수를 가져온 데다 고난이도 액션 등이 더해져 다양한 연령대에 어필할 요소가 다분하다.
또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끝내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사극의 묵직함과 현대물의 발랄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왕의 얼굴'이 먼저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 작품은 14일 제작발표회를 거쳐 19일 첫 방송된다. '힐러'는 12월8일 첫 방송된다. 두 작품이 KBS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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