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나는 9회말인지도 몰랐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고백이다. 류 감독은 10일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가슴을 여러 차례 쓸어내렸다.
류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5차전에서 2-1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했다. 삼성은 1승만 더하면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5차전 승리는 극적이었다. 삼성은 0-1로 뒤진 9회말 최형우의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져나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말 1사 후 나바로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기대했던 박한이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어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때려 2사 1, 3루 찬스를 이어갔다.
채태인은 대주자 김헌곤으로 교체됐고, 최형우의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가 터진 사이 김헌곤이 빠른 발을 앞세워 홈까지 내달렸다. 삼성이 2-1로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11일 6차전을 앞두고 "나는 9회말인지도 몰랐다. 선수들이 다 뛰어 나가니 '맞다' 싶더라. 순간적으로 끝내기라는 생각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긴장되는 경기였다.
김헌곤이 2루와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리는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류 감독은 "빨리 들어와야 하는데 어제는 왜 그리 늦던지. 애를 하나 업고 뛰는 것 같았다. 잘 때 가위에 눌리는 느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긴박했던 순간, 누구보다 승리가 절실했던 류 감독의 당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류 감독은 이어 "김재걸 코치가 김헌곤을 세울까 봐 걱정했다. 노아웃이나 원아웃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만약 김헌곤이 아웃됐다면 '왜 돌렸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3루 코치가 어렵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앞선 8회말 공격 때 무사 만루 찬스 무산은 아찔했다. 삼성은 8회말 채태인의 중전안타와 최형우의 볼넷, 이승엽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박석민이 내야 뜬공, 박해민이 1루수 땅볼, 이흥련이 2루수 땅볼에 그치면서 한 점도 내지 못했다.
계획했던 대타 카드를 쓰지 못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류 감독은 "박해민은 발이 빠르니까 내야 땅볼을 쳐도 1점은 나겠다 싶었다. 다음 이흥련 타석에서 우동균을 쓰려고 했다. 최형우를 포수로 내보낼 생각도 했다. 9회였으면 그렇게 했을 텐데, 8회라서 안 했다. 그렇게 점수가 못났다"면서 곱씹었다. 만약 5차전에서 패했다면 삼성이나 류 감독으로선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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