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박헌도(넥센 히어로즈)에게는 2014 한국시리즈가 잊을 수 없는 무대가 됐다. 그는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4차전 8회말 타석에 나왔다.
당시 넥센 벤치는 윤석민 타석에 좌타자 문우람을 대타로 내세웠다. 그러나 삼성이 좌완 차우찬으로 투수를 교체하자 넥센도 우타자인 박헌도로 다시 대타를 교체하며 맞불을 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헌도는 차우찬이 던진 초구에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박헌도의 홈런 한 방으로 넥센은 9-1까지 달아나며 대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박헌도는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7번째 대타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동시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등을 포함한 포스트시즌 14번째로 첫 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박헌도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병호에게 정말 고맙다"며 웃었다. 박헌도는 박병호와 프로 입단 동기다. 박병호는 이번 '가을야구'를 앞두고 친구인 박헌도에게 선뜻 자신이 사용하던 방망이를 건네줬다.
박헌도는 그 배트를 들고 타석에 나왔고 짜릿한 손맛을 봤다. 그는 "솔직히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줄 몰랐다"며 "점수 차가 많이 난 상황이라 긴장은 덜했다. 내 스윙대로 돌리자고 마음먹고 타석에 나갔는데 투수가 던진 공도 가운데 몰렸었다. 1루를 돌 때까지 넘어간 줄 몰랐다"고 홈런 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홈런포로 쾌조의 타격감을 증명한 박헌도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는 좌익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넥센은 9회말 최형우(삼성)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그러나 박헌도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그는 첫타석에서 우중간을 꿰뚫을 듯한 호쾌한 타구를 날렸으나 삼성 우익수 박한이의 호수비에 걸려 아깝게 아웃됐다. 6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박동원의 보내기번트에 2루까지 갔고 서건창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0의 균형을 깨는 귀중한 선취 득점을 올렸다. 넥센이 9회말 역전당하지 않고 그대로 1-0 승리를 거뒀다면 박헌도의 활약은 더욱 크게 빛을 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헌도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맞아 자신의 열성팬이기도 한 어머니(문영희 씨)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시즌 종료 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팀 동료들 모두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한가롭게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며 박헌도를 나무랐다.
박헌도도 어머니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시리즈 종료 때까지 안하겠다"며 웃었다. 어머니 때문에 여자친구와 사이가 소원해진 건 아니다. 10일 열린 5차전에서도 어머니와 여자친구는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박헌도와 넥센을 응원했다.
넥센은 삼성에게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밀린 가운데 11일 6차전을 맞는다. 이날 경기마저 내준다면 넥센의 창단 첫 우승 꿈도 날아간다. 다시 한 번 승패 균형을 맞추고 12일 최종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야 한다. 박헌도의 물오른 타격감에 넥센 벤치도 기대를 걸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