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이 호락호락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4차전을 잡으면서 시리즈 균형을 다시 맞췄다.
넥세 히어로즈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밴헤켄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과 유한준(2홈런) 이택근 등의 홈런 4방을 앞세워 9-3으로 완승을 거뒀다. 2연패를 끊은 넥센은 2승2패로 동률을 이뤄 우승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삼성은 선발 마틴과 구원 등판한 배영수가 잇따라 무너져 초반부터 승기를 내준데다 타선도 밴헤켄에 꽁꽁 묶여 힘을 쓰지 못했다. 나바로가 솔로홈런을 때려 영패를 면한 것을 위안 삼아야 했다.
이제 두 팀은 10일부터 장소를 잠실구장으로 옮겨 5~7차전을 치르게 된다.
사실 경기 전 예상은 삼성의 우세가 점쳐졌다. 전날 3차전에서 경기 막판 역전승(3-1)을 이끌어내 삼성의 분위기가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선발투수도 넥센 밴헤켄은 4일 1차전 등판에 이어 사흘만 쉬고 나와 체력적인 부담이 우려된 반면 삼성 마틴은 정규시즌 후 이날이 첫 등판이어서 충분한 휴식으로 구위를 끌어올렸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경기 시작하자마자 이런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넥센 타선은 2, 3차전 타격 침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매섭게 방망이를 돌리며 쉽게쉽게 점수를 뽑아냈다. 밴헤켄은 4일만의 등판에도 아랑곳 않고 날카로운 피칭으로 삼성 타선을 잠재워나갔다.
1회말 넥센은 톱타자 서건창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활기를 찾았다. 3차전까지 단 1안타로 부진했던 서건창은 좌전안타를 쳐 공격을 물꼬를 텄고, 2루와 3루를 거푸 훔쳐 삼성 선발 마틴을 흔들어놓았다. 1사 3루에서 유한준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서건창이 홈을 밟아 넥센이 가볍게 선취 득점.
투아웃이 됐지만 1회 넥센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박병호가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치고 나가 다시 기회를 열었다. 여기서 최강 수비를 자랑하는 삼성에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강정호가 친 평범한 땅볼을 3루수 박석민이 1루로 원바운드 악송구를 했다. 강정호가 세이프되는 사이 2루주자 박병호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해 두번째 득점을 올렸다.
기선을 잡은 넥센은 시즌 팀홈런 1위팀답게 홈런포로 성큼 성큼 도망갔다. 2회말 연속 사사구와 상대 폭투로 잡은 2사 2,3루 찬스에서 유한준이 삼성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있던 배영수로부터 좌월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5-0으로 벌어졌다.
넥센은 4회말에도 이택근이 2사 1루에서 배영수를 좌월 투런포로 두들겨 7-0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삼성이 7회초 나바로의 솔로포로 추격 기미를 보이자 7회말 유한준이 다시 솔로포로 응수해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8회말 대타 박헌도까지 솔로홈런을 추가해 넥센은 대승을 확정지었다.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은 다음 최형우의 병살타 때 한 점, 조동찬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으나 추격의 의미는 없었다.
초반부터 타선의 활발한 지원을 받은 밴헤켄은 놀라운 피칭을 이어갔다. 6회까지 18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퍼펙트 피칭을 펼친 것. 좌우로 낮게 제구되며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밴헤켄의 공에 삼성 타자들은 맥을 못췄다.
밴헤켄은 6회까지 투구수도 59개밖에 안돼 은근히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으나 삼성에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나바로가 있었다.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나바로가 팀의 첫 안타를 백스크린을 때리는 솔로홈런으로 장식하며 밴헤켄의 퍼펙트 행진을 깼다.
그래도 7회까지 안타 하나를 더 내주며 마운드를 책임진 밴헤켄은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이라는 눈부신 기록으로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반면 삼성 선발 마틴은 1.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4실점(3자책)하고 고개를 떨궜고, 이어 등판한 배영수도 홈런 두 방을 맞는 등 3.1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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