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넥센 히어로즈 마운드의 최대 약점은 믿을 만한 좌완 불펜 요원이 없다는 점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막강 좌타 라인을 봉쇄할 수 있을 지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치른 결과 그런 걱정은 불필요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넥센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의 좌타라인을 침묵시키며 4-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넥센은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올라섰다.
넥센의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좌투수가 2명 뿐이다. 에이스 밴헤켄과 3차전 선발이 유력한 오재영. 둘 모두 선발 요원으로 불펜 투수 중에는 좌완 투수가 전무하다. 삼성의 좌타 라인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넥센의 부족한 좌완 불펜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걱정이 없었다기보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1차전을 앞두고 염 감독은 "왼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막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왼손투수라고 (좌타자를) 다 막는 것이 아니지 않나. 언더핸드라도 (좌타자를) 막을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한 것이다. 밴헤켄 같은 불펜 투수가 있으면 당연히 좋지 않겠나. 가진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이날 1차전에서는 선발 밴헤켄이 제 몫을 했다. 밴헤켄은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말 나바로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 것이 이날 경기 유일한 흠이었다. 밴헤켄에 이어서는 우완 불펜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좌타자, 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넥센이 자랑하는 불펜 필승조였다.
7회말 조상우가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박석민에게 워닝트랙 부근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를 허용했지만 조상우는 삼자범퇴로 7회말을 넘겼다. 박석민 다음 상대였던 좌타자 이승엽을 상대로는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기도 했다. 조상우는 8회말에도 등판해 역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2이닝 동안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것이다. 그 사이 8회초에는 강정호가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에 4-2의 리드를 안겼다.
9회말에는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했다. 손승락이 상대해야 할 타자들은 박한이-채태인-최형우 등 줄줄이 좌타자였다. 손승락은 1사 후 채태인에게 좌전안타 하나를 내주긴 했으나 최형우와 박석민을 잇따라 뜬공 처리하며 경기를 매조지, 굳이 좌완 불펜 요원이 없어도 삼성의 좌타 라인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삼성의 좌타자들의 성적은 처참했다. 박한이와 채태인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을 뿐 최형우는 4타수 무안타,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좌투수가 부족한 넥센의 마운드가 사자군단의 무딘 왼쪽 발톱을 상대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염경엽 감독의 소신이 통한 1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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