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또 다시 맞이한 한국시리즈다. 모두가 내리막이라고 할 때 그는 다시 솟구쳤다. 5번째 맞는 한국시리즈. 화려한 부활의 화룡점정을 이룰 기세다.
이승엽(삼성)이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위해 선봉에 선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삼성이지만 역시 선수단이 가장 믿는 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바로 이승엽이다.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3홈런으로 최악의 부진에 그친 이승엽은 올 시즌 '눈이 의심스러울 만큼' 재기했다. 마흔을 눈앞에 둔 나이, 커리어의 하향세를 감안할 때 성적이 추락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지만 그는 흐르는 세월을 거꾸로 되돌렸다.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으로 '강타자의 기본 조건'이라는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넘어섰다. '회춘의 비결'은 타격폼 수정에 있었다. 준비자세에서 방망이를 세우던 것을 눕히고 스트라이드 때 발을 드는 대신 땅을 스치듯 옮겼다. 그러자 스윙 속도가 한결 빨라졌고,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났다. 정확도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 힘을 만회하기 위한 타격폼 수정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최상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이번 정규시즌서도 약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번을 쳐도 부족할 게 없는 강타자가 6번 타순에서 버티고 있으니 상대 투수들로서는 피해갈 구석이 없다. 중심타선의 고비를 넘기면 등장하는 이승엽 때문에 한숨을 내쉰 투수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은 타순에 손을 대지 않을 전망이어서 '6번타자' 이승엽을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넥센 마운드의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승엽은 큰 경기 경험이 유난히 많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무대마다 홈런포를 터뜨리며 한국의 승승장구에 크게 일조했다. 올 시즌에도 39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팀내 홈런 1위를 차지하며 '영원한 홈런왕'의 위치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가을 야구'에서도 이승엽은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한국시리즈 통산 5개의 홈런 포함 포스트시즌 통산 13홈런에서 알 수 있듯 큰 경기에서 제 몫을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런 이승엽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그는 "이승엽이 잘 치면 경기가 쉽게 풀리겠지만 부진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시리즈는 이승엽이 키 플레이어"라고 단언하듯 말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내내 무척 편안해 보였고, 그 어느 때보다 야구를 즐겁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끝모를 부진의 마음고생을 훨훨 털고, 다시 '해결사'로 부활한 그가 삼성의 통산 9번째 우승(1985년은 정규시즌 통합 우승)을 위해 또 다시 방망이를 힘껏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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