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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G 아쉬운 탈락, 하지만 양상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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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 1승3패 KS 진출 실패, 양상문 리더십으로 내년 시즌 기대

[정명의기자] 아쉬운 탈락이다. 하지만 후회 없는 시즌이었다. 양상문이라는 유능한 지도자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LG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12로 패하며 1승3패의 전적으로 넥센에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하는 LG다.

올 시즌 LG는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와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올라선 반전 드라마 등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LG 팬들에게는 꼴찌에서 포스트시즌 티켓을 얻어낸 과정 그 자체가 감동이었을 정도로 기억에 남을 시즌임이 분명하다.

엄청난 반전을 이뤄내며 팀이 가진 저력을 확인한 LG 트윈스다. 올 시즌의 경험은 앞으로 LG가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경험이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물리친 원동력이 된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그리고 LG에 또 하나의 큰 소득. 바로 '준비된 지도자'였던 양상문 감독이다. 전임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로 표류하던 LG호를 시즌 중간에 맡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꼴찌였던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진출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양 감독의 지도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양상문 감독의 가장 큰 업적은 전임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기반을 닦은 투수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데 있다. 부임 후 철저히 시스템에 기반한 투수 운용을 선보인 양 감독은 투수진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으며 LG 마운드의 높이를 한층 높였다.

먼저 양 감독은 투수진의 보직과 쓰임새를 확실히 구분했다. 고졸신인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있던 임지섭은 과감히 2군으로 내려 등판 불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투구폼을 가다듬어 서두르지 않고 대형 좌완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챙기는 등 임지섭은 1군에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투수였지만 양 감독은 욕심부리지 않고 미래를 택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신재웅에게는 "불펜 투수로 키워주겠다"며 불펜 전담을 제안했고, 신재웅은 과거 150㎞대의 강속구를 되찾으며 리그 정상급 불펜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신재웅은 "불펜에서 체력 비축을 신경쓰지 않고 전력으로 공을 던지다 보니 구속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선수별 특성과 장점을 고려, 최적의 보직을 찾아 맡긴 양 감독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다.

방출 직전에 몰렸던 외국인 투수 리오단이 양 감독을 만나 전혀 새로운 투수로 탈바꿈한 사실은 이미 유명해진 얘기. 리오단은 양 감독으로부터 "투구 시 몸통을 너무 비트는 경향이 있다"는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뒤 LG의 에이스급으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투수 출신 양상문 감독의 '매의 눈'이 위력을 발휘한 사건이었다.

불펜 투수들은 양 감독 부임 후 스스로 언제 등판할 지를 알고 경기를 준비해 효율을 높였다. 앞서고 있을 때는 신재웅, 이동현, 봉중근 등 필승조가 몸을 풀었다. 동점이나 2~3점 차 뒤지고 있을 때는 유원상, 정찬헌이 스파이크 끈을 졸라맸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임정우가 롱맨 역할을 맡았다. 불펜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자 전체적인 마운드의 힘이 강해졌고, 투타의 조화도 이루어졌다.

마운드를 탄탄히 한 것 뿐만이 아니었다.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는 양 감독의 리더십은 팀워크를 끈끈히 하는 촉매제가 됐다. 올 시즌 LG가 보여준 반전 드라마는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땀흘려 만들어낸 결과지만, 양상문 감독이라는 '지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LG는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10년 동안 가을잔치의 들러리 역할만 하다 최근 2년 동안은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 LG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양상문 감독이 앞으로 LG를 얼마나 더 강한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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