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성남FC 김학범 감독의 노림수가 통한 한 판이었다.
성남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전북 현대와의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북에 뒤졌던 성남은 승부차기까지 예상하고 수비적으로 나섰다. 촘촘하게 수비벽을 세워 전북의 조바심을 자극했고 결국 승리 사냥에 성공했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전북에 미안하다. 2관왕은 우리때문에 못한 것 같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 뒤 "그동안 자신감이 상실된 플레이를 했는데 오늘 승리로 그것(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라고 즐거워했다.
치밀한 계산이 돋보인 김 감독의 전략이다. 연장 후반 종료직전 승부차기용 골키퍼 전상욱을 내세우는 등 연장전에만 선수 교체 카드를 3장이나 던졌다. 김 감독은 "우리 득점력으로는 넣어야 한 골이다. 승부차기까지 계산해 선수 교체 타이밍을 최대한 늦게 가져갔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은 올 시즌 박종환 전 감독의 경질부터 이영진 감독대행, 이상윤 감독대행 등을 거치며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지휘봉을 물려받은 김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한 번에 정리했다. 그는 "우리팀에서 없었던 끈질김이 생겼다. 지난 클래식 32라운드 수원 삼성전도 다른 경기였으면 포기했겠지만 끝까지 하려고 애썼다. 오늘도 우리가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했다"라며 끈끈한 분위기가 살아났음을 강조했다.
정신력이 살아나니 체력도 덩달아 좋아졌다. 김 감독은 "처음 와서 느낀 것이 60~65분 정도 뛰면 걷더라. 지금은 120분을 뛰어도 괜찮다. 오늘은 하고자하는 정신력이 더 작용한 것 같다"라고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했다.
결승 상대는 FC서울로 정해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역시 성남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 감독은 "서울이 결승에 갔어도 개의치 않는다. 서울의 공격력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하위 스플릿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겠다"라며 결승 진출로 생긴 자신감 극대화가 정규리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아쉽게 2관왕의 꿈이 좌절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FA컵은 인연이 아닌 것 같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지지 못했다. 이어 "90분 안에 끝내고 싶었는데 승부차기까지 갔다. 홈에서의 승부차기가 문제가 있어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아쉽다. 역습을 하는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지 못하면 오늘같은 결과가 나온다. 세밀함을 키워야 한다"라며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정규리그 1위를 유지중이다. 지난해에는 FA컵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패한 후 순위가 하락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와는 다른 상황이다. 우리도 오는 26일 수원 삼성전이 결승전이자 시즌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빠른 회복이 필수다"라고 다음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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