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위 전북 현대를 추격하던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 종반 힘을 잃어가고 있다.
포항은 최근 6경기에서 2승4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성남FC와의 클래식 26라운드 1-0 승리 이후 한 달이 넘게 무승의 늪에 빠져 있다. 순위 경쟁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승점을 벌어들이지 못하니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점점 포항의 우승은 멀어지고 있다. 6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승점 52점으로 전북(65점)에 13점 차로 뒤져 있다. 2위 수원 삼성(58점)과도 6점 차이다. 지금은 우승보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3위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4위 제주 유나이티드(50점), 5위 FC서울(49점)과의 격차가 좁혀져 급박한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6경기 무승 과정에서는 충격적인 패배가 많았다. 하위권의 경남FC에 1-2로 패했고, 인천 유나이티드에도 1-2로 지며 승점 3점을 헌납했다. 두 팀과는 앞선 두 차례 겨루기에서는 각각 1승1무로 우위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패배는 더욱 아쉽기만 하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2위를 오가던 포항은 올 시즌 역시 외국인선수 없이도 잘 버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까지 오르는 등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상대팀들의 절실함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격력 좋은 외국인 선수의 부재의 한계는 일찌감치 드러났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고 돌아온 김승대와 손준호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서 포항 공격에 동맥경화가 생겼다. 포항은 6경기 무승 동안 5득점밖에 못올렸다. 무득점 경기도 두 차례나 됐다.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원톱 요원 배천석은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올라 빠져 있고 측면에서 활발하게 뛸 수 있는 조찬호도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아무리 패스를 열심히 하는 특유의 플레이를 펼쳐도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누구 탓을 하기도 애매하다.
황선홍 감독은 최대한 선수들에게 조급함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 몇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도 고난을 견뎌왔고 선수들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초조함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18일 제주 원정에서 신광훈이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김준수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0-3으로 패했지만, 황 감독은 여전히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식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승리를 위해 수비를 플랫4에서 플랫3로 바꾸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지만 그것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경기력이 잘 풀리지 않아도 서로 인내하며 조직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가 뒤집어지며 우승했던 극적인 기억을 잊지 말자는 격려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는 황 감독이 모두 짊어지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마음놓고 뛰고 승패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황 감독도 운동을 하는 등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며 견디고 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이 주로 클럽하우스 주변 산책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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