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가수 서태지가 기자들 앞에 섰다. 5년의 공백 동안 서태지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스캔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결혼과 출산을 하며 '아빠' 서태지가 됐다. 그리고 '크로스말로윈'으로 본업인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 서태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서태지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 발매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문지애 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국내외 매체 4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공식석상에 선 서태지에게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가정사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저조한 음원차트나 표절, 안티팬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있었다. 서태지는 여유롭고 편안하게 답했다. 안티팬에 대해 "내가 떡밥으로 진수성찬을 차려줬다"는 장난기 섞인 대답도 나왔다.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서태지의 기자회견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비주의
서태지는 이번 컴백과 함께 신비주의 행보를 벗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면서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과 출산 등 사적인 이야기를 언급 했으며, 이날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도 출연한다. 서태지는 왜 신비주의를 깼나.
"예전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엔 포커스를 음악에 맞췄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유재석과 했던 것 뿐이다. 이번 9집 앨범이 대중적인 음악이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신비주의 벗어던졌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신비주의 정의가 무엇인지, 내가 그런 사람인지 생각해봤다.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도 만들고 방송도 하지만 일련의 활동만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신비주의는 예능이나 방송을 안 해서 나온 것 같다. 제 작업 방식을 탓해야 한다. 매년 음반 내고 싶지만 그런 것이 잘 되지 않아 (신비주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신비주의라는 이야기 듣더라도 음악만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양현석
서태지는 공교롭게도 YG 소속인 그룹 악동뮤지션, 에픽하이와 비슷한 시기 경쟁을 하게 됐다. 서태지 앨범 발매일 발표 후 양현석이 악동뮤지션, 에픽하이의 컴백을 알리면서 일각에서는 '양현석이 서태지에 고추가루를 뿌린다'는 시선도 있었다.
"양현석 씨가 성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뿌듯하고 너무나 기쁜 마음이다.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나도 당연히 '공교롭게'라고 생각한다. 가수들이 하루에도 많은 가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안티팬과 악플
서태지는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로 여전히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도 갈리고 있으며, 많은 악플에도 시달리고 있다. 서태지는 그러나 악플에 대해 여유롭게 대처했다.
"20여년 음악을 했으니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평가를 하기도 하며 오래된 안티팬들도 있다. 음반을 내면 팬들과 안티팬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나는데 재미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정말 제 노래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악플의 역사가 정말 오래 됐다. 서태지와아이들 당시에는 악플이 없었지만 언론에서 안 좋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도에 안티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쭉 이어져 오고 있다. 9집이 나오면서 심화됐다. 제가 많이 떡밥을 던졌고 진수성찬을 차렸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십이고 잊혀질 거라고 생각한다. 서태지는 오히려 그런 관심들 덕분에 제 음악을 더 들어볼 수 있다면 팬과 안티의 콜라보는 언제든지 환영한다."
◆표절
서태지는 한국 가요계의 선구자였다는 시선과 동시에 끊임없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왔다. 서태지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표절과 관련 "음악을 듣고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는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표절을 했다는 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3집 때부터 표절시비가 있었던 것 같다. '교실이데아'부터 시작해 '컴백 홈' 때는 사이프레스 힐을 따라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사이프레스힐을 좋아하고, 레퍼런스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게 표절이냐 아니냐는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논란이지만 그런 논란은 불필요한 것 같다. 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야 하고, '이렇게 파생되는 거구나' 느껴야 한다. 하루 종일 강의를 해도 부족하다. 언젠가는 그런 논란들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그냥 음악을 듣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딸 삑뽁이
서태지는 이날 결혼 기자회견에서 음악적 변화에 대해 이은성과 결혼하고 아이를 얻으며 변화됐음을 언급했다. 또 딸 삑뽁이에 대해 "뮤즈"라는 단어를 쓰며 애정을 드러냈다.
"제 딸 삑뽁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 제가 가장 관심있는 일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아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내 뮤즈는 딸이라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를 2세에게 받았고 그게 고스란히 나온 것 같다. 음반 곳곳에 한 소녀가 나온다. 그 소녀가 내 딸이다. 딸이 6~7살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해봤다.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엔 태교음악인 '성탄절의 기적'이 있다. 실제로 일찍 만들어서 노래와 녹음을 끝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 벅찬 감정을 담았다. 어머니와 아이가 같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뱃속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문화문익점'과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들이 붙는다. '문화 문익점'과 '문화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장르 다양화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양한 메시지와 음악으로 젊은층을 대변했다는 의미도 있다. 서태지는 이같은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문화문익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한국 음악의 다양성이 없었다. 외국 음악 시장을 보며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문익점 같은 마음에 새 장르에 도전했다. 최초의 수입업자라고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묻는 질문에) 꽤 오래 됐고 지금의 수식어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 대통령'이라고 해서 파생된 수식어인데, 과분하지만 족쇄가 된 느낌이다. 제가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건지, 이 자리를 내려놓고 누가 가져가야 할 생각한다. 누군가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 선배로서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편안하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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