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박병호로 굳어져가던 올 시즌 MVP의 향방이 서건창의 무서운 질주로 오리무중이 됐다.
넥센 선수들끼리 펼치는 MVP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50홈런 고지를 눈 앞에 뒀던 박병호가 유력한 후보였지만, 이제는 사상 첫 200안타 달성을 노리는 서건창이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다. 박병호의 대항마로 꼽히던 강정호는 부상에 따른 휴식으로 경쟁에서 멀어진 분위기다.
50홈런과 200안타가 MVP를 가를 중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박병호는 48홈런을 기록하며 50홈런에 2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서건창은 193안타로 200안타를 위해서는 안타 7개가 더 필요하다. 50홈런과 200안타 모두 의미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달성 시, MVP 수상에 필요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먼저 50홈런은 지난 2003년 이승엽(삼성)이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홈런(이후 일본 야쿠르트의 발렌틴이 2013년 60홈런으로 경신)을 기록한 이후 아직까지 없었다. 박병호가 홈런 2개를 추가하면 11년만에 50홈런 타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200안타는 아직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나온 적이 없는 대기록이다. 지난 1994년 이종범 현 한화 코치가 기록한 196개가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미국, 일본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가 한 시즌 동안 치르는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현재 페이스는 박병호보다 서건창이 좋다. 박병호는 아시안게임 후유증에 힘겨워하고 있다. 넥센 복귀 후 치른 5경기에서 타율 9푼5리(21타수 2안타) 3타점에 그치고 있는 것. 홈런 숫자도 48개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서건창은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듯 맹타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5경기에서 타율이 5할4푼5리(22타수 12안타)다. 5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어려워 보였던 200안타에 가까이 다가선 것도 최근 보여준 놀라운 타격감 때문이다.
서건창의 경우 다관왕도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다안타는 물론 타율도 3할7푼1리까지 끌어올리며 10일 현재 이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2위는 삼성의 최형우로 3할6푼3리. 또한 서건창은 득점 부문에서도 127득점으로 1위다. 득점 2위는 박병호로 119득점이다. 서건창이 타율 1위 자리만 잘 지켜낸다면 3관왕이 가능하다.
반면 박병호는 홈런 외에 유력한 타이틀이 없다. 타점왕을 노렸으나 선두 NC의 테임즈와 격차가 벌어졌다. 테임즈가 120타점, 박병호는 114타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남은 경기에서 테임즈와의 6타점 차이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일찍이 "박병호가 50홈런에 타점왕을 차지하면 MVP가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며 "서건창도 200안타를 달성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MVP 경쟁을 전망했다. 현재 분위기는 염 감독이 내다본 그대로 흐르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5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는 곧 박병호와 서건창이 50홈런, 200안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대기록에 도전하며 MVP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병호와 서건창. 넥센의 MVP 집안싸움이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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