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문성민(현대캐피탈)에게는 눈에 띄는 습관이 한 가지 있다. 그는 서브를 넣기에 앞서 종종 유니폼을 만진다. 오른쪽 어깨 소매를 바짝 위로 끌어 올린 다음에 서브 동작에 들어간다.
경기대 재학시절부터 몸에 밴 버릇이다. 문성민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유니폼이 어깨를 덮고 있으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문성민이 독일 분데스리가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뛸 때는 이런 일도 일었다. 작전타임 때마다 팀 매니저가 문성민에게 와서 직접 유니폼을 바로잡았아줬다.
당시 프리드리히스하펜 유니폼은 양쪽 어깨에 후원사 로고가 붙어 있었다. 비행선 제조사로 유명한 '제플린'사다. 그런데 문성민이 소매를 위로 바짝 올리는 바람에 후원사 로고가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았다. 팀 매니저는 그 부분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문성민이 독일과 터키리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유턴했을 때 소속팀 현대캐피탈 유니폼 상의는 반소매에서 민소매로 바뀌었다. 그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유니폼 어깨 소매를 위로 끌어 당길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밴 동작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진 않았다. 민소매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종종 손이 가곤 했다. 그런데 문성민의 서브 준비 동작에서 '소매 끌어올리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캐피탈은 2014-15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 유니폼 디자인을 공개했다. 민소매에서 다시 반소매로 바뀌었다.
문성민은 지난 7일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새 유니폼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도 버릇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바뀐 유니폼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진 않는다. 어깨가 다 덮여있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든다"며 "그렇지만 빨리 적응을 해야겠다"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신축성이 뛰어난 새 소재를 적용해 답답한 느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적어도 올 시즌 초반 배구팬들은 체육관이나 TV 중계를 통해 문성민이 어깨 소매를 자주 만지는 장면을 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캐피탈이 유니폼을 반소매로 교체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런지도 모른다. 바로 우승에 대한 염원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6-07시즌 챔피언결정전서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준우승만 4차례 했다. 챔피언 자리와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2005-06, 2006-07시즌 2연패를 달성했을 때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은 민소매가 아닌 반소매였다. 2007-08시즌 이후 오랜만에 예전 스타일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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