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스포츠의 목적은 '승리'다. 승리를 위해 준비하고 훈련하고 땀을 흘린다.
그래서 승리가 아니면 큰 박수를 받지 못한다. 비난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패배자는 위로받을지언정 인정받을 수 없고, 패배에는 특별한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 승리한 자에게만 영광이 돌아가는 것이 스포츠의 속성이다.
그런데 간혹 '아름다운 패배'도 있다. 인정해줄 만한 패배, 박수를 받아야만 하는 의미 있는 패배도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전에서 북한에 패배한 한국의 여자 선수들, 그들이 그렇다. 박수 받아 마땅할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보였다.
북한 여자축구는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후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1위의 강호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지금까지 14번 붙어 1승1무12패, 압도적으로 열세였다. 아시안게임에서는 4번 만나 4번 모두 패하고 있었다. 북한은 분명 한국 여자 대표팀이 넘기 힘든,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어려워하는 최강의 팀이었다.
29일 북한과의 4강전에서도 그랬다. 한국은 한 수 위의 북한을 상대로 고전했다. 북한의 체력과 조직력에 힘들어했다. 하지만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실력은 모자라더라도, 전력은 약하더라도 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약팀이 강팀에 승리할 수 있는 방법, 기적을 일궈낼 수 있는 방법을 한국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바로 '투혼'이었다.
한국의 여자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선사할 만큼 빛났다. 상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한국 선수들은 쓰러지고 또 쓰러졌지만 일어나고 또 일어섰다.
후반, 체력적으로 우수한 북한 선수들도 지쳐 둔한 몸놀림을 보일 때, 한국 선수들도 물론 지쳤겠지만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투혼과 투지로 한 발 더 뛰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 것이다. 그래서 후반에는 한국이 오히려 북한을 압도할 수 있었다. 후반에는 분명 한국이 북한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국은 정설빈의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1-0 리드를 잡았지만 북한에 내리 2골을 내줘 1-2로 석패했다. 특히 역전골 장면이 아쉬웠다. 경기 종료 직전 수비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었다. 통한의 역전골이었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이 15전 1승1무13패가 됐다. 아시안게임에서도 5연패를 당했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꿈도 좌절됐다.
하지만 태극 여전사들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다. 승리하기 위해, 기적을 위해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았다. 투혼의 의미와 태극마크의 가치를 그녀들이 몸과 정신으로 보여줬다. 국민들이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승패나 결과보다 더욱 뜨겁고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패배했지만 진심을 다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이유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패배는 감동적이었다.
경기 후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우리가 경기는 패배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은 준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마음 아파한다. 감독 입장에서 나 역시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투혼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제자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지소연 역시 "오늘만큼은 여자축구가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후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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