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굳건하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것은 대포가 아닌 발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중국을 어렵사리 꺾고 결승에 올랐다.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7-2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은 28일 대만과 결승전을 치러 금메달에 도전한다.
의외로 고전이었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1회 공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더니 2회에도 무사 만루에서 1점밖에 얻지 못했다. 1, 2회 모두 홈에서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허무하게 찬스를 무산시켰다.
3회초에는 선발투수 이재학이 1-1 동점을 내줬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첫 실점. 3회말 강정호가 솔로포를 터뜨리며 다시 2-1의 리드를 가져갔지만 이재학이 4회초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예선 3경기를 모두 일방적인 경기 끝에 콜드게임으로 이겼던 대표팀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초반 전개였다.
4회말에도 득점에 실패한 대표팀은 2-2 동점인 채 5회말 공격을 맞았다. 답답하던 공격에 활로를 뚫은 것은 한국 최고의 거포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는 발로 중국의 허를 찔렀다.
중국은 올 시즌 리그에서 48개의 홈런을 때린 한국의 홈런왕 박병호가 설마 도루를 시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박병호는 그 틈을 노렸다. 기습적으로 2루 도루를 시도한 것. 베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한 박병호는 상대 폭투로 3루까지 밟은 뒤 나성범의 적시타 때 홈까지 들어왔다.
3-2로 앞선 대표팀은 다시 발로 점수를 추가했다. 이번엔 나성범의 차례였다. 나성범 역시 올 시즌 29개의 홈런을 때려낸 거포. 그러나 나성범은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힘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나성범에게는 평균 이상의 빠른 발이 있었다.
나성범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당황한 중국 포수 왕웨이는 2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왕웨이의 송구는 내야를 벗어나 외야까지 굴렀고, 그 사이 나성범은 3루를 지나 홈까지 파고들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나성범은 세이프가 되며 4-2로 앞서나가는 점수를 올렸다.
중국 마운드는 한국의 핵타선을 상대로 기대 이상으로 버텨냈다. 경기 초반의 흐름이 중반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한국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오히려 다급한 마음에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중국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중국 배터리의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과, 거포들을 상대로 비교적 느슨한 견제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박병호, 나성범에 이어 황재균도 5회말 도루를 성공시켰다.
발야구로 귀중한 2점을 올린 한국은 6회말 박병호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스리런 홈런으로 7-2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홈런이 아닌 박병호의 도루, 그리고 나성범의 도루와 기민한 주루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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