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미필 선수들과 같은 절실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꼭 동료들을 위해 금메달을 딸 겁니다(민병헌)."
"대표팀에 뽑히면 어떤 대회이든지 부담이 느껴져요. 상대가 약하다 하더라도 절대 자만할 수 없지요. 이번에도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겁니다(김현수)."
"정말 절실하고 말고요. 덕아웃 옆에 장검이라도 갖다 놓을 생각이에요. 만약 금메달을 못따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헉(오재원)."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각오는 하나같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라인업에는 두산의 주축 선수 3인방이 포진해 있다. 1번(민병헌) 3번(김현수) 9번(오재원)으로 상위·중심·하위 타선의 축을 저마다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24일 난적 대만과의 예선 2차전을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이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1번타자로 거듭난 민병헌은 명불허전이었다. 대표팀 유니폼의 중압감 따위는 잊었다는 듯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타선의 물꼬를 화끈하게 틀었다. 특히 1회초 침착한 승부 끝에 중전안타로 살아나가면서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손아섭이 좌전안타로 뒤를 잇자 김현수의 중견수 뒤 2타점 2루타가 터져나왔고, 강정호가 좌중간 3점홈런이 작렬했다. 사실상 민병헌의 안타가 한국 타선의 대폭발에 도화선 역할을 한 셈이다.
3번 김현수 또한 여전했다. 1회 2루타와 6회 좌측 2루타, 8회 좌전 안타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양팀 타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안타를 날린 선수였다. 특히 1회 선제 2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이며 한국 선수단의 긴장을 한껏 풀어준 공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의 결승타로 기록된 타구였다.
매 경기 '고사'를 지내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오재원 또한 마찬가지. 타격과 파워, 수비력과 기동력을 겸비한 그는 5-0으로 앞선 1회말 우월 투런홈런을 작렬해 한국의 승리를 사실상 굳혔다. 이 홈런으로 한국은 콜드게임까지 바라봤고, 결국 8회에 경기를 끝내는 원동력이 됐다. 오재원은 수비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타구 처리로 투수들을 도왔다.
이들 3명이 이날 기록한 성적의 합계는 11타수 6안타(1홈런) 4타점 4득점.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타선의 핵심 3인방 다운 수치였다. 이날 한국이 낸 점수의 절반을 사실상 이들이 올린 셈이다.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질주를 두산의 '곰돌이 3인방'이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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