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현역 남녀프로배구선수들 중에서 장소연(한국도로공사)과 함께 최고참인 후인정(한국전력)은 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그는 현대캐피탈 소속이던 지난 2006년 도하 대회에 참가했다.
후인정은 당시 대표팀에서 맏형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성적도 좋았다. 한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하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단체 구기종목에서 따낸 유일한 금메달이 바로 남자배구에서 나왔다.
그러나 남자배구 대표팀은 2010 광저우 대회에선 준결승전에서 만난 일본에게 무릎을 꿇어 대회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먼저 두 세트를 따냈지만 석진욱(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수석코치)이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빠진 뒤부터 흔들리며 일본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인천 대회에서 대표팀은 8년 만에 다시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여자배구와 함께 동반 금메달 획득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만만치 않은 상대를 제쳐야 한다. 전통적인 라이벌인 일본과 중국 외에도 최근 들어 전력이 부쩍 강해진 이란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후인정이 이번 대표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두는 데는 이유가 또 있다. 소속팀 후배인 서재덕과 전광인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 때문이다. 후인정은 "대표선수들이 더 절실하겠지만 정말 이번 대회에서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선배로 걱정도 된다. 후인정은 "도하대회 때는 고참과 신진급 선수들이 골고루 있었다"며 "신구조화가 정말 잘됐다"고 당시를 돌아봤. 도하에서 김호철 감독(현대캐피탈)이 이끈 대표팀은 후인정을 비롯해 신진식(현 삼성화재 코치) 장병철 등 고참들과 대학생이던 김요한(LIG 손해보험)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뛰었다. 세터도 베테랑 권영민(현대캐피탈)과 신예 송병일(우리카드)로 구성됐다.
광저우 대회 때도 석진욱을 포함해 여오현(현대캐피탈)이 대표팀의 구심점 노릇을 잘해줬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번 대표팀은 경험 면에서 도하나 광저우대회 때 구성된 대표팀과 견줘 부족한 편이다. 현대표팀 최고참인 한선수(국방부)와 박철우(삼성화재)가 맏형 노릇을 잘 해줘야 한다.
후인정은 "(박)철우는 대표팀에서 뛴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꼭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편 후인정은 도하대회 때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당시 대표팀도 금메달을 따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중국이 마지막 상대로 정해진 뒤 결승전 전날 전력분석 시간을 가졌다"며 "상대 블로킹 패턴, 그리고 공격 방향 등에 대해서 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결승전 당일 대표팀은 전력분석 덕을 톡톡히 봤다. 후인정은 "비디오를 통해 봤던 패턴대로 딱딱 떨어지더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따랐던 것 같기도 하지만 1세트부터 그렇게 맞아 가는 걸 보고 선수들 모두 '금메달을 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코트에 나선다면 원하는 결과와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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