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출범한 성남FC가 '황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선수를 폭행하는 물의를 일으킨 박종환 초대 감독이 물러나자 성남 구단은 박종환 체제에서 수석코치였던 이상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성남은 당시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성남의 이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가 이상윤 감독대행의 마지막 경기였다. 여기서부터 성남의 황당한 행보가 시작된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리그 경기는 마지막으로 치렀지만 팀의 사령탑으로서 한 번 더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원전 하루 뒤인 8월 25일 열린 FA컵 4강 기자회견. 이상윤 감독대행이 참석해 추첨도 했으며 "전북이라는 산을 넘고 싶다"는 출사표도 던졌다.
그런데 기자회견 다음날인 26일, 성남은 이상윤 감독대행의 경질을 전격 발표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당시 성남은 강등권 팀들과 승점이 같은 하위권이었다. 성적 부진으로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경질 전날 사려탑 타이틀을 달고 기자회견에 공식 참석한 것이 조금은 걸리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억지로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다음 더욱 황당한 일이 펼쳐졌다. 성남은 이상윤 감독대행의 후임으로 이영진 감독대행을 선임했다. 이영진 코치 역시 박종환 체제 때부터 함께 한 코치다. 박종환 감독이 물러나자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을 시키고 얼마 안가 경질시키더니, 그 다음 순번의 코치를 또 다시 감독대행을 시킨 것이다.
즉 감독대행의 대행이 탄생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영진 감독대행은 지난달 30일 열린 상주 상무와의 23라운드에서 성남 수장으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런데 더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경기가 이영진 감독대행의 마지막 경기였던 것이다.
성남은 5일 김학범 감독을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6일 열리는 인천전부터 김학범 감독이 지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학범 감독의 능력과 역량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검증된 감독인 것은 잘 알려져 있고, 성남이 친정팀이어서 팀 사정에도 밝다. 성남 사령탑으로서 적임자일 수 있다. 문제는 김학범 감독의 능력이 아니라 선임 시기와 절차상의 문제다.
이 무슨 황당한 행보이자 어이없는 현상인가.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이상윤, 23라운드 이영진, 24라운드 김학범까지. 3경기 연속 다른 수장이 성남을 지휘하는 해괴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영진 감독대행이 '1경기짜리' 감독대행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감독대행이라는 것은 감독의 역할을 맡긴다는 의미다. 정식 감독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정식 감독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행이라고 해도 하는 일은 감독과 다를 것이 없다. 감독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대행을 선임했다는 것은 올 시즌은 감독대행 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다.
성남 역시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하면서 "이영진 코치의 감독대행 선임은 강등권 탈출 및 K리그 클래식 잔류를 목표로 하는 성남FC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성남FC는 조만간 이영진 감독대행 체제로 빠른 팀 재편을 마친 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올 시즌의 나머지를 이영진 감독대행에게 맡긴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단 1경기 치르고 끝이다. 이 코치의 감독대행 데뷔전이자 은퇴전이 되버렸다. 어떤 희망과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감독대행 자리에서 1경기 만에 끌어내렸다. 이영진 감독대행은 희생양에 불과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절차와 시기가 잘못됐다. 후임 감독 선임 의지가 있었다면 이상윤 감독대행 경질 후 바로 데리고 왔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후임 감독을 선임할 것이었다면 이영진 코치에게 감독대행의 자리를 맡겼으면 안 됐다. 수석코치 역할을 맡겨 새로운 감독이 올 때까지 팀을 이끈다고 했어야 했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다시 코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어야 했다. 이것이 상식이자 도리다.
단 1경기 치를 감독대행을 왜 선임했는지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해서, 어떤 저의를 가지고 그렇게 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1경기 만에 감독대행 자리에서 내려온 이영진 코치의 처지와 심정은 어떻겠는가. 3경기에 세 명의 사령탑을 등장시킨 성남, 파격이라고 말하기에도 참 어처구니 없는 황당함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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