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모든 이목이 이동국(35, 전북 현대)에게 쏠렸다. 어쩌면 이동국을 위한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한국-베네수엘라의 친선경기. 이동국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대망의 '센추리클럽' 가입을 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이전까지 A매치 99경기를 뛰었다. 베네수엘라전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이동국은 한국에서 9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는 선수가 된다.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현재 한국 축구 공격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K리그 클래식에서 11골로 득점 1위를 질주 중인 이동국이다. 이번 대표팀 중 최고령이면서도 가장 매서운 결정력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이기에 선발 출전은 당연한 것이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동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을 기념하는 티셔츠를 만드는 등 분위기를 높였다. 신태용 코치도 경기 하루 전 이동국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이동국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예상대로 이동국은 이날 베네수엘라전에 선발 출전했다. 이동국이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동국은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이동국은 1-1 무승부로 맞서던 후반 6분 헤딩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센추리클럽 가입 자축포였다. 그리고 후반 17분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이자 한국의 3번째 골까지 성공시켰다. 이동국의 '원맨쇼'였다. 한국은 이동국 덕에 3-1 역전 승리를 거뒀다.
2골을 넣은 이동국은 눈부시게 빛났다. 이동국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동국의 진짜 가치는 골을 넣기 전에 이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왜 이동국이 센추리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는지, A매치 100경기에 초대를 받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전반, 이동국은 헌신적이었다. 자신이 주인공이었지만 욕심을 내지 않았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팀 승리를 위해 희생했다. 이동국은 적극적인 몸싸움을 가장 많이 했다. 그리고 수비 가담도 철저히 했다. 문전에서는 무리한 슈팅보다는 연계플레이에 집중했다. 동료들에게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이것이 이동국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 이유다.
이동국은 센추리클럽 가입 전 "센추리클럽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의식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직 팀 승리를 위해서만 뛰겠다고 했다.
많은 골을 넣는 공격수는 '좋은 선수'다. 그런데 자신을 빛내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플레이를 일삼는다면 '훌륭한 선수'는 아니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팀을 위해 희생하고, 더 좋은 찬스를 동료에게 연결시켜주려는 이런 공격수가 '훌륭한 선수'다. 팀 스포츠 축구에 필요한, 팀을 위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최고의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성공시키는 선수는 '위대한 선수'다. 이동국은 그런 선수다. 공격수가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100경기 동안 그렇게 해왔다. 그렇기에 박수 받아 마땅한 센추리클럽 가입이다.
이동국은 전반전이 끝나고 "많은 시련도 있었지만 이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 운동장에서 더 성실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A매치 100경기 출전에 32번째 골을 넣은 이동국. 골보다 그의 희생적인 플레이에 이동국의 100번째 경기는 더욱 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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