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넥센은 무려 4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4번타자 박병호의 '원맨쇼'에 힘입어 NC를 13-5로 제압했다.
넥센은 이날 경기 전까지 NC에게 시즌 상대전적 3승 11패로 크게 밀렸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런데 염경엽 넥센 감독을 흐뭇하게 한 건 박병호의 무서운 홈런 퍼레이드 말고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선발 등판한 앤드류 밴헤켄의 호투다.
밴헤켄은 다승 부문에서 추격자 그룹인 양현종(14승, KIA 타이거즈) 김광현(SK 와이번스) 릭 밴덴헐크(이상 12승, 삼성 라이온즈) 등을 제치고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등판한 경기에서 투구내용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밴헤켄은 시즌 15승째를 거둔 지난 8월 2일 LG 트윈스전 이후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승패 결과를 떠나 4차례 마운드를 오르는 동안 6이닝을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LG전에서 8이닝을 소화한 것과 비교가 됐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상대 타선에게 두 차례나 두 자릿수 안타(11피안타)를 허용했다. 4경기에서 내준 실점만 20점인데 모두 자책점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밴헤켄은 4일 까다로운 상대 NC를 상대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는 이날 7이닝 동안 96구를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2실점했다. 2회초 이호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권희동과 지석훈에게 연속안타를 맞는 바람에 2실점했을 뿐 경기 내내 효과적으로 NC 타자를 요리했다. 승부구인 체인지업과 포크볼도 적절히 섞어 던졌다.
밴헤켄은 이날 18승을 거둔 뒤 "앞서 등판했던 경기들과 견줘 체인지업 뿐 아니라 직구도 제구가 잘됐다"며 "이 때문에 아웃카운트를 잘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삼진 뿐 아니라 내야 땅볼을 많이 유도해 투구수 조절에도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물론 초반 위기도 있었다. 그는 3회초 1사 이후 유격수 김지수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아웃 카운트 한 개를 잡으며 한숨을 돌리긴 했으나 에릭 테임즈와 이호준에게 각각 안타와 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까다로운 타자인 이종욱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3회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 연속 NC 타선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사실 이날 밴헤켄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당초 밴헤켄이 선발로 예정됐던 LG와 2연전(2, 3일)이 모두 비 때문에 취소되자 그의 등판 시기를 더 뒤로 미룰려고 마음먹었다.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릴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밴헤켄을 내세우려 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10일 만에 등판하게 된다. 밴헤켄은 염 감독에게 "너무 오래 쉬게 돼 리듬이 더 흐트러질 것 같다"는 뜻을 전했다. 염 감독도 이를 받아들여 이날 NC전에 출격시켰다.
밴헤켄은 이제 대망의 20승 고지까지 2승만 남았다. 넥센은 이날까지 111경기를 소화했다. 정규시즌 남은 경기는 17경기다. 로테이션상 밴헤켄는 3차례 정도 등판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도 있어 등판 간격을 조절한다면 4경기에도 나설 수 있다. NC전에서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면 20승 달성 확률이 낮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에이스다운 투구로 팀 승리와 함께 승리투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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