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독수리와 황새, 어떤 새가 더 높이 날아올랐을까.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앞두고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는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승리를 향한 양 팀의 의지만큼이나 신경전 역시 긴장감을 흐르게 만들 정도였다.
서울의 감독은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다. 포항 황선홍 감독의 별명은 '황새'다. 두 감독의 별명은 모두 현역 시절 붙은 것이다.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명성을 떨친 최용수와 황선홍이었다. 감독이 돼서도 그 별명은 이어졌다.
독수리와 황새의 대결. 한국 대표 공격수 출신 감독의 대결이자, 40대 젊은 감독 대표 주자들의 승부였다. 그리고 K리그 명가 서울과 포항의 일전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 티켓도 걸려 있었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한 판 승부였다. 양보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어쩌면 독수리와 황새에 있어서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독수리와 황새. 2차전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2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포항의 손준호가 "황새가 독수리보다 더 높이 날 것"이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서울의 최현태가 "보통 독수리가 황새보다 더 높이 날지 않나. 또 독수리가 더 멋있다"며 맞받아쳤다.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드디어 서울과 포항의 승부가 펼쳐졌다. 독수리와 황새, 과연 어떤 새가 더 높이 날아올랐을까. 결과는 서울의 승리였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끝내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로 승자가 가려졌다. 서울이 유상훈의 선방쇼로 3-0으로 승리했다. 4강행 티켓의 주인공은 서울이었다.
하지만 독수리와 황새를 놓고 비교했을 때 더 높이 나는 새는 없었다. 독수리와 황새는 '함께' 날개를 나란히 하며 날아올랐다고 볼 수 있다. 어떤 팀도 뒤지지 않았고 어떤 팀도 압도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치열함, 팽팽함, 긴장감 그 자체였다. 두 팀 모두 지지 않았다. 1차전, 2차전 모두 0-0 무승부로 마쳤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이 만들어낸 균형이었다.
이는 두 팀이나 감독간 승부보다 더욱 중요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두 지도자가 최고의 무대에서 격돌해 명승부를 연출했다. K리그의 미래는 분명 밝다. 독수리와 황새의 대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무수한 경기가 남아 있다. 독수리와 황새의 라이벌전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K리그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축구는 독수리와 황새 중 누가 더 높이 나는지 결판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의의 경쟁 속에 함께 높이 멀리 나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한 라이벌 구도 속에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하는 것, 이것이 K리그도 한국 축구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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