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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K리거' 차두리의 첫 번째 태극마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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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9월 A매치 2연전 국가대표팀 발탁

[최용재기자] 2년이 더 지났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차두리(34, FC서울)를 보지 못한 기간이 2년 10개월이나 지났다. 지난 2011년 11월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 이후로 국가대표 차두리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은 차두리의 손을 잡지 않았다.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 대표팀 명단에 차두리는 이름을 올렸으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차두리의 가슴에 태극마크가 다시 달리기까지는 더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차두리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오는 9월 5일, 8일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로 이어지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2연전에 나설 22명의 대표선수 명단이 25일 발표됐고, 차두리가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근 3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국가대표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차두리의 대표팀 합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로 인해 한국 축구의 분위기는 침체한 상태다.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베테랑, 리더의 부재가 월드컵 실패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너무 젊고 경험 없는 수비라인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베테랑 차두리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 언제나 긍정 바이러스, 웃음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차두리이기에 그의 합류가 침체된 대표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태극마크의 가치가 하락한 지금, 태극마크의 가치와 국가대표의 품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선수가 차두리다. 여러 가지로 차두리의 발탁은 '신의 한 수'와도 같아 보인다.

그리고 차두리의 국가대표팀 발탁에는 더 큰 의미가 숨어 있다. 앞으로 한국 축구의 흐름과 방향성에 영항을 줄 수 있을 만큼 큰 일이 될 수도 있다. 후배 선수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가능성도 품었다. 바로 'K리거' 차두리의 '첫 번째' 태극마크라는 점이다.

차두리는 현역 시절 대부분을 유럽, 그것도 독일에서 보냈다. 프랑크푸르크, 마인츠, 코블렌츠 등 독일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에 올 때까지 주로 독일 클럽에 몸을 담았다.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 활약했고, 유럽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한국 선수는 대부분 한국 K리그로 오는 것을 꺼린다. 전성기가 지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보내면 좋겠다는 팬들의 바람도 있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개인의 철학이 모두 달랐겠지만, 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유럽에서 활약하다 K리그로 와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었다. 축구의 대륙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왔는데 제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렇게 고통스럽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깊은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 뛰던 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 인생을 걸고 도전해야 하는 무섭고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을 차두리가 해냈다. 차두리는 유럽에서 활약하다 용기를 내서 K리그로 왔다. 축구 선수를 포기할까도 생각해 책가방을 메고 도서관을 다녔던 차두리였다. 그런데 차두리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축구 선수로서 마지막 열정을 K리그에 쏟아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려운 선택을 했다. 한국 나이 34세에 도전을 결정한 차두리는 2013년 K리그 FC서울에 입단했다.

몸상태가 부족했지만 꾸준히 훈련하고 연습해 경기에 나섰다. 차두리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울 코칭스태프들이 놀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차두리의 몸은 축구를 위해 만들어진 몸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정규리그 30경기를 뛰었고, 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일궈냈다.

올 시즌 차두리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다. K리그에 완벽히 녹아들며 K리그 최고의 윙백으로 재탄생했다. 차두리에 하락세는 없었다. 침체기도 없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7경기를 뛰었다. 또 FA컵,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하며 서울을 FA컵 4강,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려놓는데 힘을 보탰다.

K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인 차두리. 태극마크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차두리. 그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태극마크가 다시 허락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차두리가 서울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봤을 때 국가대표팀 선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이 아시안컵에 가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 오랜만의 대표팀 복귀에 축하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국가대표 차두리를 반겼다.

K리거 차두리의 첫 국가대표 발탁이다. 이전까지 국가대표 차두리는 모두 유럽파 차두리였다. 이번이 K리그에서 활약하며 선사 받은 첫 번째 태극마크다.

이는 차두리 뿐만 아니라 유럽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다. 유럽파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이자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게 됐다. 유럽에서 활약하다 K리그로 돌아와도 다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차두리가 가슴에 단 태극마크로 후배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뛰다 한국으로 돌아오기가 겁나는 후배, 걱정이 앞서는 후배, 그래서 돌아오지 않으려는 후배 등에게 차두리의 태극마크는 용기를 안겨주고 있다. 유럽에서 돌아와 성공한 좋은 케이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것이다. 한국 무대로 돌아오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전성기가 지났다', '나이가 많다', '선수로서 생명이 끝났다' 등의 비난이나 억측에 당당하게 노력과 실력으로 맞서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차두리를 보라.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가. K리거의 자부심을 안고 국가대표로 첫 발을 떼는 차두리의 길,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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