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실수를 잡느냐 주느냐의 경기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포항 스틸러스전을 하루 앞두고 19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실수를 언급했다. 단기전인데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작은 틈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말대로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서울 경기는 팽팽함 그 자체였다. 1차전에서 기선제압을 하는 팀이 4강 진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어 두 팀 다 어떻게든 좋은 흐름에 올라타려고 애썼다.
원정팀 서울 입장에서는 무실점 승리를 하거나 무승부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다. 원정에서 무승부 이상만 거둬놓으면 2차전 홈경기에서 얼마든지 유리한 조건으로 상대를 흔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항도 마찬가지, 홈에서 이기는 것이 물론 최상이다. 비겨도 실점을 하지 않으면 2차전 원정에서 1-1만 돼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에 갈 수 있다.
양 팀 다 의도가 명확했기에 경기는 변화무쌍하게 춤췄다. 포항이 먼저 변화를 보여줬다. 포항은 지난 16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서 0-2로 패했다. 허리 싸움의 힘에서 전북에 밀린 결과였다. 터프한 신형민-김남일로 구성된 전북 미드필드에 애를 먹었다. 3개의 슈팅 중 한 개만이 유효슈팅일 정도로 공격이 빈약했다.
황선홍 감독은 그랬기 때문인지 이날 서울전에서는 허리 진영에 변화를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태수의 짝으로 패싱력이 좋은 손준호 대신 황지수를 넣었다. 노련한 황지수를 통해 서울의 패스를 차단하고 힘싸움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김재성을 투입해 공수 가담을 적절히 하도록 했다.
서울은 공격 스리톱에 몰리나-에스쿠데로-에벨톤을 앞세웠다. 왼발이 특기인 몰리나의 날카로움과 에벨톤의 돌파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세트피스에서 몰리나의 킥은 유용했다.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지략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황 감독은 플랫4에서 플랫3로 잠시 변화를 가하는 등 서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최 감독은 공간이 나면 차두리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활용했다. 주전이 아닌 포항의 왼쪽 풀백 박희철을 흔들기 위함이었다. 차두리의 적극 침투로 서울의 공격이 몇 차례 만들어지는 등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속도나 공간 싸움 등 모든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양 팀이 서로 바랐던 상대 실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각자 빠른 대처를 이어가다보니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고무줄처럼 탱탱했던 1차전은 그렇게 0-0 무승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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