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야구 경기는 플레이 하나하나가 모여 결과가 나오는 종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전은 외야 수비에서 희비가 교차된 것이 초반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줬다.
두산은 이날 롯데전 필승카드로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다. 니퍼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2경기에 나와 2승 평균자책점 1.29로 매우 좋았다. 8개 팀 가운데 가장 좋은 투구내용을 보인 팀이 롯데였다.
그런데 롯데는 이날 니퍼트를 흔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먼저 잡았다. 1회초 상대 2루수 오재원의 실책을 틈타 선취점을 냈고, 2회초에도 선두타자 장성우가 안타를 치고 출루해 추가득점 기회를 열었다. 박기혁이 보내기 번트를 성공해 1사 2루를 만들었다. 이어 타석에 선 하준호는 니퍼트가 던진 4구째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하준호가 친 타구는 스핀을 먹은 채 오른쪽으로 향했다. 두산 우익수 민병헌이 처리하기 까다로운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다. 그런데 민병헌은 옆으로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냈다. 롯데 입장에선 아쉬운 순간이 됐다. 호수비로 위기를 넘긴 니퍼트는 힘을 내 후속타자 정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반면 롯데는 1-1로 맞서고 있던 2회말 수비에서 안줘도 될 역전 점수를 내줬다. 1사 1, 2루 상황에서 정수빈이 롯데 선발 장원준이 던진 3구째를 받아쳤다. 잘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 하준호 정면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은 하준호의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졌다. 처리하기가 어려운 타구가 아니었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하준호가 실책을 범한 것이다.
이 실책 때 2루주자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고 1루주자도 3루까지 갔다. 타자주자 정수빈도 2루까지 갔다.
하준호는 전날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롯데 벤치에서 볼 때는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다. 롯데가 6-5로 앞서고 있던 6회말 한화 김경언이 2루타를 쳐 6-6 동점이 됐다. 김경언의 타구가 힘이 실리는 바람에 예상보다 더 멀리 나가 좌측 펜스를 맞히긴 했지만 하준호는 낙구 지점 판단에 서툴렀다.
하준호는 투수에서 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비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나온 상황이 좋지 않았다. 롯데 선발 장원준은 2회 실책으로 역전 점수를 내준 뒤 흔들렸는지 3회말 추가 3실점했고, 결국 4회도 못 마치고 배장호와 교체돼 조기 강판했다.
초반 수비에서부터 희비가 교차하며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준 두 팀의 경기는 두산의 9-2 대승으로 끝났다.
롯데는 올 시즌 좌익수 자리에서 확실한 주전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1루수 박종윤을 좌익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현재 개점 휴업 상황이라 박종윤은 다시 1루수로 돌아갔다.
외야자원인 이승화는 왼쪽 발목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좌익수를 볼 수 있는 김문호와 김대우는 부진한 성적과 컨디션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퓨처스(2군)리그로 내려갔다. 아직 수비수로서 경험이 일천한 하준호를 주전 좌익수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니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편 하준호는 수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타석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이날 안타를 기록하기도 한 그는 7회초 1사 후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선 1, 2루간 깊숙한 타구를 날리고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웃 판정이 됐지만 하준호의 투혼만큼은 롯데와 두산 팬 모두에게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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