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11년 FC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최용수 감독. 그가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탈'을 감행했다. 그것도 '기분 좋은 일탈'이었다.
최 감독의 일탈은 바로 선발 출전 멤버들의 대거 교체였다. 베스트 멤버에서 2~3명의 주전을 빼고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어느 팀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최용수호 FC서울에서도 빈번히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최 감독은 베스트 11중 절반이 넘는 무려 7명의 주전 선수를 뺐다. 파격적인 일탈이 아닐 수 없었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최 감독은 골키퍼 유상훈을 비롯, 차두리, 고명진, 김주영 등 핵심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에벨톤, 에스쿠데로, 몰리나 등 외국인 선수도 선발 명단에서 뺐다. 무려 7명의 주전을 선발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최 감독은 왜 이런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 것일까. 1차적인 이유는 최근 강행군에 따른 주전들의 휴식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다음 경기는 오는 20일 펼쳐지는 포항과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다. 그 중요한 일전을 위해 주전들을 아껴두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감독으로서의 약속이었다. 최 감독은 서울 선수들에게 항상 기회의 문은 열려있다고 이야기 해왔다.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이번에 지킨 것이다. 그렇기에 최 감독의 기분 좋은 일탈이었다. 약속도 지키면서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었던 파격이었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4년 만에 처음 이런 엔트리를 꾸려봤다.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다. 시즌 최대 혈투가 기다리고 있다. 욕심을 부리다 3개 대회(ACL, FA컵, K리그 클래식) 모두를 잃을 수 있다. 살인일정으로 인해 그동안 많이 뛴 선수들을 빼줬다"며 이날 선수 기용에 있어 일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어 최 감독은 "감독 하면서 7명의 주전을 한 번에 뺀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경기의 승리와 영광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했다. 기분이 좋다. 도전자 입장에서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일탈의 이유를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주전을 대거 뺐지만 최 감독은 승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분명 효과가 있다. 그들은 또 다시 기회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더 열심히 뛰게 돼 있다. 최 감독 역시 그런 부분을 노리고 있었다.
최 감독은 "우리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지 않다. 뒤질 것이 하나 없다.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평소 이상으로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감독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주전이 대거 제외됐지만 서울은 오히려 더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은 전반에만 윤일록, 고요한, 김치우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3-0으로 앞서갔다. 그리고 후반에는 교체 투입된 몰리나와 이상협의 골이 추가되며 한 골을 만회한 인천에 5-1 대승을 거뒀다. 주전이 7명이 빠졌지만 공격력을 극대화시킨 서울의 압승이었다.
기분 좋게 시도한 최용수 감독의 '첫 일탈'은 더욱 기분 좋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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