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부산 아이파크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도 이유를 못찾고 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은 13일 FC서울과의 FA컵 8강전에서 1-2로 패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11경기 무승(4무7패)의 처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4월19일 성남전 1-0 승리 이후 즐거운 일이 없다.
우승 기회가 사라지니 남은 것은 클래식 올인이다. 부산이 오랜 시간 부진하면서 순위도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11위까지 내려갔다. 승점 16점으로 꼴찌인 12위 경남F에 1점차이다. 잔류권인 10위 성남FC(18점)와는 2점 차이다. 11위는 챌린지(2부리그)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과 최종 승강 PO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부산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두껍지 않은 선수층에서 부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주전 오른쪽 풀백 박준강이 이탈하니 공격 전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 공격수 코마젝은 몇 경기 뛰지도 못하고 퇴출됐다. 장신 공격수 김신영도 시즌 초반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브라질월드컵 휴식기가 끝나고 나서야 복귀했다.
활용 선수 폭이 좁은 상태에서 주요 선수의 이탈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주전 중앙 미드필더였던 박종우(광저우 부리)가 시즌 시작 전 이탈하면서 전체의 틀이 흔들렸다. 윤 감독은 박종우가 A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는 동안에도 박종우 중심의 전술 운영을 했는데 갑작스러운 이탈로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박종우의 이적 뒤에는 올 시즌 줄어든 구단 운영 자금이 한 몫 한다. 부산은 올해 주요 시민구단보다 더 적은 운영 자금으로 선수단을 수급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키워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여름 이적시장에 양동현을 울산 현대로 보내고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김용태, 박용지를 받은 것도 최대한 두뇌싸움을 통해 얻은 결과다. 테스트를 오래 했던 짜시오와 계약하는 등 나름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진하다. 그나마 박용지가 지난 6일 경남FC전에서 골을 넣는 등 맹활약의 기미를 보여줬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는데 이상하게 골대에 맞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서울과의 2연전 모두 골대가 울렸다. 임상협의 결정적인 헤딩이 골대에 맞고 나오면서 땅을 쳤다. 맥이 풀린 상태에서 상대에게 실점한 뒤 동점을 만드는 능력 상실은 더욱 뼈아프다.
부산 관계자는 "이렇게 오래 이기지 못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윤 감독은 8강 진출이 좌절된 뒤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모아 "남은 경기에 희망이 있다"라며 격려를 하는 등 애써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선수들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패배의식에 젖을 수 있다. 기업구단 최초의 강등이라는 불명예 역사를 쓸 수도 있다. 스타가 없는 부산의 힘은 윤 감독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쳤던 팀 정신이다. 윤 감독은 "성남 원정에서 준비를 더 잘하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성남은 시즌 3승째를 안겨줬던 구단이다. 스스로 위기를 끊어내느냐가 중요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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