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은 명실상부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1996년 첫 대회를 시작해 해가 흐를수록 FA컵의 중요성을 아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승팀에게 다음 시즌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혜택이라는 달콤함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 운영 등 세부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여전하다. 주중에 치르다보니 열기도 다소 떨어지고 방송 중계를 통한 접근도 쉽지 않다. 축구협회는 지난 2~3년 사이 인터넷 중계를 늘리더니 올해는 IPTV 등 각종 뉴미디어를 통해 더 자주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반 팬들에게 아마추어가 프로를 꺾는다는 등 이변이 연출되는 대회의 특수성을 홍보하는 것도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
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8강전을 치러 2-1로 승리한 서울 최용수 감독은 FA컵이 여전히 중요도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정규리그 우승도 해봤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결승까지 가봤다. 이제는 FA컵 우승을 해서 대회 수준을 격상시키고 싶다"라며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은 전신격인 안양LG 시절인 1998년 3회 대회에서 우승한 뒤 1999년 4강에 진출한 이후 인연을 맺지 못했다. 부산전을 이기면서 15년 만에 4강에 오르며 우승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최 감독은 "FA컵이 너무나 저평가 되고 있다. 무관심에서 치르고 있는데 토너먼트로 결승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FA컵을 하면 선수들은 물론 프런트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은 부산과 8강에서 만나 1-2로 패하며 우승 도전 기회를 날렸다. 단판 승부의 강함을 보여줘야 향후 있을 포항 스틸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도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서울은 선택받은 팀이다. (8월 일정이 빡빡해도) 무조건 부딪쳐 나가야 한다. 체력 문제 등은 생생각 할 필요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이 우승을 해야하는 당위성도 확실했다. 서울은 최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비롯해 레버쿠젠(독일)과의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3~4만명 이상의 관중 동원 능력을 확인했다. 서울이 결승에 오르면 상대가 누가 됐던지 간에 관심이 집중되고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 썰렁한 FA컵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4강에는 서울 외에도 전북 현대, 상주 상무, 성남FC가 진출했다. 내심 최 감독은 전북과 결승에서 만나는 그림을 그리는 듯 했다. 어느 팀을 만나든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북과 만나면 관중도 몰릴 것이고…"라며 은연중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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