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최근 전북 현대는 매 라운드를 앞두고 항상 1위 탈환 가능성을 품었다. K리그 클래식 2위 전북은 1위 포항과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이 1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더 컸다. 포항은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에이스' 이명주의 이적 공백을 실감해야 했고, 전반기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매경기 최강의 모습을 드러내며 최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1위와 2위의 자리가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1위를 거부(?)한 것이다. 지금 1위를 하는 것보다 시즌 마지막에 1위를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은 1위를 하기에 모자란 팀이라고 자평했고, 1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더 완벽한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위를 하게 되면 1위가 항상 그렇듯 모든 팀들의 '타도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최 감독은 모든 팀들의 적이 되느니 마음 편한 2위가 지금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1위는 마지막에 가서 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였다.
3일 전북과 전남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를 앞두고도, 최 감독은 이전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전북이 승리를 거두고, 포항이 수원전에서 무승부 혹은 패배를 한다면 전북은 1위로 올라간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1위 탈환에 대해 "지금 1등은 안 가는 것이 좋다. 숨어서 가는 것이 더 좋다. 1등으로 올라서면 또 전북을 1강이라 평가할 것이다. 지금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 성적이 중요하다. 지금은 1위보다 조직력 완성, 더 강한 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2% 부족하다. 1위로 올라가면 매 경기 사투를 벌여야 하고 모든 팀들의 타깃이 된다"며 1위 탈환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과 전북에 1위는 '운명'이었다.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1위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전북은 전남에 2-0으로 승리했고, 포항은 수원에 1-4로 패배했다.
이로써 전북은 10승5무3패, 승점 35점을 기록했다. 포항은 10승4무4패, 승점 34점에 머물렀다. 따라서 K리그 클래식 1위와 2위 자리가 바뀌었다. 전북이 드디어 포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4월26일 이후 99일 만에 전북은 다시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전북은 이제 K리그 클래식 11팀의 표적이 됐다. 모든 팀들이 전북을 1위에서 끌어내리려 힘을 합칠 것이다. 그렇기에 전북의 진짜 저력 발휘는 지금부터다. 운명처럼 1위를 차지했으니 이제 운명을 받아들여 1위를 지켜내야 하는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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