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코리안특급' 박찬호(41)는 떠나는 그 순간까지 한국 야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찬호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은퇴 행사를 갖고 정든 그라운드를 홀가분하게 떠났다. 지난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의 선수 생활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20개월이 지난 후였다.
박찬호의 은퇴 행사는 후배들이 만들어준 영예로운 자리였다. 한국 야구의 전설적 존재인 박찬호를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 없다는 후배들의 의지가 선수협을 중심으로 결집해 감동적인 무대를 탄생시켰다. 박찬호는 "영광스럽고 특별한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선수협, 후배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찬호는 선구자였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후 17년 동안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 기록을 세웠다. 그렇게 박찬호가 전설이 돼가는 사이 한국 프로야구도 많이 발전했다. 박찬호의 은퇴 행사가 열린 곳도 최신식 구장으로 올 시즌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였다. 여러모로 박찬호에게는 감개무량한 행사였을 터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박찬호에게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금의 발전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냉정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 야구가 지금까지 많이 발전해왔지만, 모든 것이 끝없이 가지는 않는다"며 "언젠가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 공교롭게 박찬호가 한화 이글스에서 마지막 현역 시절을 보냈던 2012년 한국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인 715만6천157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꾸준히 증가해 온 프로야구 인기가 정점을 찍었던 것. 아직까지 흥행에 문제가 없는 프로야구지만 언제 또 관중들이 야구장을 등질 지 모른다는 점을 박찬호는 꼬집었다.
박찬호는 위기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향후 자신의 거취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박찬호는 "아시아에서 한국 야구를 주목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다문화 리그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며 "선수들과도 많이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주목한 것은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를 뛰어넘는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박찬호는 "선수들은 경기장에서의 퍼포먼스로 야구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내적으로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단순한 승패보다 야구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일종의 당부였다.
박찬호가 또 하나 후배들에게 당부한 것은 '후배들의 후배들'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류현진의 이야기를 하던 박찬호는 "선구자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후배들의 뒤따르는 성공과 활약이 필요하다"며 "한국 선수들이 자기 이외의 더 많은 야구 유소년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을 비롯한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것이 바로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그런 역할에 대해 "책임감이자 부담감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랬듯 후배들 역시 그 밑의 후배들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소년 야구는 한국 야구의 미래다. 프로야구가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 역시 유소년들에 있다.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박찬호는 은퇴 후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박찬호가 후배들에게 전한 당부는 결국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튼튼한 기반을 닦아 달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떠나는 전설은 후배들에 한국 야구 전반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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