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동주 이외의 질문은 없는 건가."
잠실구장에서 작은 청문회 하나가 개최됐다. 청문회 대상은 송일수 두산 베어스 감독. 청문회 주제는 김동주의 트레이드 요청설이었다.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리는 9일 잠실구장. 경기 전부터 두산 덕아웃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이날 오전 한 매체에 의해 보도된 김동주의 트레이드 요청 때문이다. 김동주가 팀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며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프로야구에서는 매 경기 전 양 팀 감독이 취재진과 미팅을 갖는 것이 관례다. 여러가지 궁금증을 해결해 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날 송 감독과 취재진의 미팅은 평소와 달랐다. 김동주의 거취를 놓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마치 '김동주 청문회'를 보는 듯했다.
먼저 송 감독은 "(김동주의 트레이드 요청은) 프런트의 문제가 아닌 감독의 문제"라며 "감독이 선수를 기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감독이 스스로 책임을 떠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송 감독은 "2군의 코치들에게 김동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지만 코치들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문제다"라며 "필요하면 (1군에) 부른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김동주를 쓰지 않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동주의 1군 콜업에 송 감독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터. 그러나 송 감독은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그것을 말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 뒤 "현재 1군 선수 기용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문제"라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두산 팬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송 감독은 "김동주가 두산의 슈퍼스타이고 그동안 팀을 지탱해왔던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선수, 인간으로서 지금 이 시기를 받아들이고 지나가야 한다. 홍성흔에게도 이런 시기가 올 수 있다. 김동주 선수 한 명이 아닌, 팀으로서의 두산 베어스를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지자 송 감독은 '노 코멘트'를 외치며 "알아서 판단하셔도 된다"고 다소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동주의 팀 융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김동주에 대한 질문이 잦아들자 여유를 되찾은 듯한 송 감독은 웃으며 "김동주 이외의 질문은 없는 건가"라며 "어제 우리는 안타를 22개나 쳤다. 오랜만에 안타가 많이 나왔다"고 오히려 취재진에 질문을 건넸다.
한편 두산 구단 홍보팀은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김동주의 향후 '거취'에 대해 "선수를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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