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2014년, 아이들의 '착한 반란'이 시작됐다.
지금 TV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뭐니뭐니해도 육아 예능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KBS 2TV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매주 만날 수 있는 육아 예능은 어느새 각 채널을 대표하는 간판 예능이 됐다.
그 중 가장 마지막 주자로 출발한 것은 SBS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 지난해 10월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인 '오마베'는 약 3개월의 재정비 시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짝'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폐지된 후 수요일 심야 예능 자리를 꿰찬 '오마베'는 기세를 몰아 토요일 주말 예능까지 진출했다. '오마베'는 주말로 자리를 옮긴 후 첫방송부터 경쟁작 '우리 결혼했어요'를 단숨에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줄곧 상승곡선만을 그린 '오마베'의 저력이었다. 그리고 이 저력의 중심에는 연출을 맡고 있는 배성우 PD가 있다.
-파일럿에서 정규 방송, 그리고 주말 예능에 입성하기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주말 예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기는 했다(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주말에 점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예능이 줄어들고 있어서 개척해 보고 싶었다. '오마베' 이전에는 '스타킹'을 연출했었기 때문에 가족 예능에 대한 노하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파일럿은 조부모와 손주가 등장했던 반면 정규 편성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파일럿 방송이 나간 후 생각을 조금 잘못했다고 느꼈다. 황혼 육아가 사회적인 현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황혼 육아를 아이를 맡는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도 봐야 한다는 걸 놓쳤다. 너무 조부모 관점에서만 구상하다 보니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맡기는 부모 입장을 못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 파일럿이 육아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고 고민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비해 아이들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다. '아빠 어디가'에 비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낮은 연령 때문에 비교적 스타 탄생이 어렵다는 점에서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확실히 연령대가 낮은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김소현-손준호 부부를 섭외하면서 '함께 하는 육아'에 대한 느낌이 왔다. 엄마, 아빠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떤 상황에 있어 공감의 폭도 넓고 더욱 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섭외에 있어서 무조건 어린 아이들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오마베' 가족의 개념은 늘 열려 있다.
스타 탄생이 비교적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예능인 만큼 눈에 확 띄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취약할 수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발견해 키워준다든지 그런 쪽에서 '오마베'의 힘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실제 육아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예능으로서도 조금 다른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제작진 역시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
-현재 육아 예능이 대세다. 한때 예능의 대세였던 오디션 예능이 시청자들의 급격한 피로도와 함께 쇠퇴한 만큼 부담이나 걱정도 있을 것 같다.
"예능 포맷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K팝스타'는 오디션 예능 중 가장 후발주자였는데 가장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그 이유를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오디션 참가자가 어떻게 오디션을 보고, 이후 어떻게 성장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를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육아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육아 예능의 본질은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오마베'가 바로 이런 부분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순간에 불이 붙지는 않겠지만 '진짜'에 집중하다 보면 시청자 분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 고민을 해결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오마베'와 경쟁작인 '우리 결혼했어요'는 관찰 예능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각각 리얼리티와 가상을 추구한다는 것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우결'과 맞붙게 되면서 첫방송 전부터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주말 예능은 더욱 독해야 하고, 여러 장치가 많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결'은 가상 예능이라는 트렌드를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고, 5년이 넘게 그 영광을 누리고 있다. 당연히 경쟁을 앞두고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반면에 서로 리얼리티와 가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맞붙어 보고 싶기도 했다. '오마베'는 육아 예능이라는 형태 중에서도 가장 예능스럽지 않고 장치가 없다. '진짜'라는 무기 하나만 가지고 달려드는 예능 신생아 '오마베'의 유일한 목적 의식은 가장 리얼하면서도 평범한 생활 그대로의 모습을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만큼 제작진의 개입 정도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다.
"촬영을 앞두고 사전 만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촬영할 때마다 아이가 지금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우유를 뗐는지, 앞니가 났는지 이런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오래 나눈다. 이런 점에 포인트를 잡으면 똑같은 시기인데도 아이들이 다 다르고, 엄마 아빠도 다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촬영을 할 때 제작진들은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황마다 끊어가는 지점은 있겠지만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려고 한다. 파일럿 당시에 이런 부분에 대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어느 정도까지 촬영을 이어가야 할지, 아이나 가족들이 언제 어디가 불편한지를 모르니까 프로그램에 리듬이 없어지는 거다(웃음). 그런데 이 부분을 출연자와 스태프의 호흡을 통해 극복했다. 가족들과 사전 미팅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니 완벽한 한 몸은 아니지만 한 몸처럼 리듬은 맞출 수 있는 정도는 됐다."
-'오마베'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능 PD로서 눈에 확 띄는 콘텐츠가 첫 번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마베'는 그런 것을 좇는 예능은 아니다. 사는 건 누구나 다 비슷하니 처음에는 눈에 안 띌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색다른 맛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재미,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오마베'가 눈에 확 띄는 자식은 아니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연출자로서 '진짜'를 추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눈에 확 띄는 걸 찾아서 서비스 해야 한다는 숙제는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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