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특별한 날이었지만 무덤덤했다. 여느 때처럼 구장에 나와 락커룸에서 짐을 풀고 운동 준비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홈팀이라 원정팀보다 먼저 나와 몸을 풀었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얼마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러나 시즌 중엔 늘상 있는 일이다.
러닝, 수비, 그리고 타격 연습까지 마무리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우익수 겸 3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백업이 아닌 주전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선발 명단에 들어간 자신의 이름을 볼 때면 언제나 힘이 들어간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유한준은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그렇게 준비했다.
이날은 유한준의 만 33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생일을 신경 쓸 틈은 없다. 정규시즌이 한창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릴 뿐이다. 그나마 원정경기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유한준은 이날 3안타 맹타에 타점과 득점도 각각 2개씩 기록했다. 그리고 넥센은 이날 롯데의 추격을 따돌리며 12-7로 승리를 거뒀다. 홈런 6개를 주고 받는 공방전을 펼친 끝에 거둔 승리라서 기분이 더 좋았다.
유한준이 1회말 첫 타석에 나왔을 때 목동구장 전광판에는 생일축하 메시지가 떴다. 홈팬들의 요청에 의해서다. 그런데 유한준은 3루수 뜬공에 그쳤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을 못하는 바람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추스렸고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 2-2로 맞선 가운데 팀이 역전에 성공하는 귀중한 타점까지 뽑았다.
이후 유한준은 안타 두 개를 더 쳐냈다. 넥센은 이날 3회와 7회 각각 5점, 6점을 뽑으며 빅이닝을 두 차례나 만들어냈다. 유한준은 그 때마다 타점을 보탰다.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중심타선에서 제몫을 했다.
경기 후 그는 "생일이라서 더 집중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며 "최근 타격감이 조금 떨어진 것 같아 걱정이 됐는데 3안타를 쳐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한준은 지난 6월 마지막주 주춤했다. 6월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6경기에서 23타수 5안타 타율 2할1푼7리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날 롯데전 멀티히트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6월 22일 안방에서 치른 SK 와이번스전 이후 오랜만에 3안타를 쳐 방망이를 달궜다.
유한준은 시즌 타율을 다시 3할1푼까지 끌어올렸다.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2004년 프로 데뷔 후 첫 3할 타율을 기록하게 된다. 10홈런으로 첫 두 자릿수 홈런은 이미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 남은 경기 수는 많다. 시즌 반환점을 돌긴 했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는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며 "일단 정규시즌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한준은 함께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박병호, 강정호와 견줘 파워는 떨어진다. 하지만 4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내 네 번째로 많은 타점이다. 상대 투수들이 더 이상 쉽게 승부를 할 수 없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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