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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브라질]<16>또 다시 4년을 소모전으로 보낼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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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기자가 준 교훈, 지난 4년의 대표팀을 되돌아보다

[이성필기자] "한국은 왜 지난 4년 동안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지난 22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는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알제리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과 양 팀의 공식 훈련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알제리 취재진은 서로의 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눈치싸움을 벌였습니다.

상대국 코칭스태프나 선수와의 접근이 상당히 제한적인 월드컵에서는 그래도 자국 대표팀을 많이 취재했던 기자가 다른 나라 기자들에게는 좋은 취재 대상이기도 합니다.

기자도 몇 명의 알제리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있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왜 한국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에 모두 진출했는데도 예선을 치르고 본선행을 이끈 감독이 그만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대표팀의 일을 설명하기에는 참 깁니다. 조금 전에도 기자는 지난 4년간 한국대표팀에 벌어졌던 일을 정리해서 기사를 작성했는데 일일이 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알제리 국영 방송사인 ENTV 할레브 기자는 "성공하거나 문제없이 가는 감독을 내치는 것은 알제리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알제리 역시 지난 4년 동안 바히드 할릴호지치 대표팀 감독의 스타일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2011년 알제리 사령탑에 부임한 할릴호지치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과 전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답니다. 때문에 월드컵 직전까지 알제리 대표팀은 안팎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레브 기자는 "할릴호지치와 언론과의 관계는 껄끄러웠다. 알제리 축구협회도 눈치를 봤다. 일부 팬들이 사퇴하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라고 말했습니다.

감독을 상대로 알제리 언론이나 팬들이 난리를 치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알제리에서 축구는 종교와 같기 때문입니다. 알제리는 북아프리카 이슬람권 국가로 여가 생활에서 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 때문인지 리그 명칭도 리그 앙입니다. 2013~2014 시즌에는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두 장 중 한 장이 마지막 경기에서 가려졌다고 합니다. 2위로 마지막 진출권은 얻은 JS카빌리의 팬들은 폭죽을 쏘아대며 환호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누구나 축구에, 그것도 대표팀 관련이라면 훈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대표 경기나 해야 축구에 관심을 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열정과 의지가 보입니다. "알제리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축구를 한다"고 전한 할레이브 기자의 말이 와 닿았습니다. 매경기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 목숨을 걸지 않으면 혼날테니까요.

어쨌든 한국과 알제리전 결과는 모두가 아실 겁니다. 한국을 시원스럽게 이긴 후 할릴호지치에 대한 알제리 언론의 논조는 찬사 일색입니다. 팬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마음에 안드는 면이 있어도 일단 월드컵까지 지켜보자는 알제리 팬들과 언론의 믿음이 16강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과 알제리의 명암이 엇갈린 27일 밤 늦게, 할레브 기자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을 당시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지면 서로 축하와 위로의 이메일을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의 이메일에는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그 중에서 한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슬림인 그가 성서를 인용해 기자와 한국을 위로한 것이지요. '16강 좌절을 슬퍼해도 그 다음을 위해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잠시 우리를 돌아봤습니다. 조금만 못하면 신뢰를 걷어버리고 감독이 전격 경질됩니다. 정제되지 않은 여론에 밀려 사퇴를 선택하는 감독도 있습니다. 우리의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할레브 기자가 보낸 문구를 소개하겠습니다.

'Blessed are those who endure in peace'(평화롭게 참는 이에게 복이 있으리니)

조이뉴스24 상파울루(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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