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최고 시속 92마일(약 148㎞)이면 충분했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이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도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9승(3패)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다저스가 2-1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류현진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빠른공의 구속이 그 증거. 1회말 상대 1번타자 크리스 데노피아에게 던진 초구부터 시속 87마일(약 140㎞)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최고 구속도 92마일(약 148㎞)에 그쳤다. 평소 94~95마일의 최고 구속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느린 편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80마일 후반에서 90마일 초반의 빠른공을 던졌다. 최근 빠른공의 구위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류현진이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노련했다. 제구력과 변화구를 앞세워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다시 1회말 선두타자와의 승부로 돌아가보면 류현진의 대처법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데노피아에게 2구 커브, 3구 커1, 4구 체인지업 등 연속해서 변화구를 던졌다. 이어 5구째 90마일 짜리 빠른공으로 1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스스로 빠른공의 구위가 좋지 않다고 판단, 변화구 위주의 패턴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류현진은 에베스 카브레라를 체인지업으로 투수 땅볼 처리한 뒤 카를로스 쿠엔틴에게 커브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이후로도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빠른공의 구속 저하를 극복해냈다.
이날 류현진은 삼진을 2개 밖에 뺏어내지 못해다. 그러나 볼넷도 1개 뿐이었다. 구위는 정상이 아니었지만 제구력을 앞세운 맞혀잡는 피칭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그렇게 류현진은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6회말, 류현진은 선두타자 데노피아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으며 위기에 몰렸다. 90마일짜리 빠른공을 통타당한 것. 이어 데노피아는 후속 타자들의 내야 땅볼 2개로 홈을 밟으며 류현진에게 첫 실점을 안겼다. 류현진은 2루타를 하나 더 허용했지만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다저스가 2-1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 자격을 지켜낸 것이다.
6회까지 투구수 94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7회초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평소 류현진이 10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른 교체 타이밍. 다저스 벤치에서도 류현진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류현진에게는 노련함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제 몫을 해내야 좋은 투수라는 말이 있다. 류현진이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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