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발투수 운영에 어려움이 있긴 하죠."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최근 팀 선발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한숨부터 내쉰다.
넥센은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박병호(26홈런) 외에 강정호(17홈런)를 비록해 이택근, 유한준(이상 9홈런) 등 홈런타자들이 즐비하다. 넥센은 팀 홈런 숫자에서 81개로 2위 NC 다이노스(66개)를 크게 앞서고 있는 막강 화력의 팀이다.
그런데 마운드는 그렇지 않다. 팀 평균자책점은 9일 현재 6.06으로 8위다. KIA 타이거즈(6.16)와 함께 유이한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유독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염 감독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훨씬 안좋다. 앤드류 밴헤켄을 제외하면 선발진에서 딱히 믿음이 가는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넥센이 시즌 초반 잘 나가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선발 마운드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한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인공은 고졸 신인투수 하영민이다. 염 감독은 "밴헤켄을 비롯해 헨리 소사 그리고 하영민 세 선수는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 당분간 고정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발 두 자리를 금민철, 김대우 그리고 현재 퓨처스(2군)리그에 있는 오재영, 문성현 등이 서로 경쟁을 하며 메워야 한다.
염 감독은 하영민에 대해 "우타자 몸쪽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배짱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진흥중과 진흥고를 나온 하영민은 지난해 8월 열린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기대주다. 팀 마무리 훈련부터 일찌감치 선발투수감으로 꼽혔다.
하영민은 지난 4월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선발로 나선 그는 5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승리투수가 됐다. 1군 첫 등판에서 데뷔승을 거둔 것이다. 하영민은 "입단 후 퓨처스에서도 계속 선발로 나왔다"며 "그래서 선발 등판 자체에 대해 크게 떨리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승리투수가 된 데뷔전을 되돌아봤다. 그는 "하지만 1승을 그렇게 빨리 거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넥센 마운드에 새 별이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하영민은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선발 등판에서 매운맛을 봤다. 4월 24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하영민은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3이닝 만에 7피안타 4볼넷 3실점하면서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이어 4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5이닝을 소화하긴 했지만 6피안타(1홈런) 4실점으로 첫 패전을 기록했다.
이후 한화와 LG 트윈스를 상대로 2승을 더하며 안정을 찾아가는가 했지만 5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2.2이닝 동안 11피안타 10실점(9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아직 신인이다 보니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이곤 한다.
그렇다 해도 하영민의 선발진 가세는 넥센에 든든하다. 9일 현재 하영민은 3승 2패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그는 첫 선발 등판 이후 밴헤켄, 금민철과 함께 꼬박꼬박 로테이션을 맞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하영민은 "신인인 내가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기회"라고 했다. 그는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하는 게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영민은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다. 들뜬 마음도 있을텐데 표정과 말투는 차분하다. 하지만 그도 경기 초반이 어렵다. 하영민은 "1, 2회는 아무래도 좀 떨린다"고 했다. 그러나 신인이든 산전수전 다 껶은 베테랑이든 상관 없이 선발투수들에게는 경기 초반이 고비다.
하영민은 "선배들이 '부담 갖지 말고 네 공만 던져라'고 한 조언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하영민은 '보여줄 것만 보여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있게 공을 뿌린다. 경기 결과를 떠나 하영민은 넥센 선발진 중 밴헤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당 평균 4,2이닝을 소화했다. 또한 이닝 당 투구수는 평균 17.8개로 적은 편이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염경엽 감독은 하영민에 대해 몸쪽 승부와 변화구 제구력이 좋다는 칭찬을 했다. 그는 "투구 동작시 오른쪽 디딤발이 우타자의 몸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며 "특별히 제구를 하지 않아도 자신있게 던지면 (몸쪽으로) 잘 들어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배워야 하고 경험할 게 많은 1년차 데뷔 시즌이다. 하영민은 "고교시절 구속이 빠른 투수는 아니었다"며 "팀에서도 나를 선택한 이유가 제구력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거기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1군에서 거둔 3승은 내가 잘 던진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선배들이 도아줬기 때문에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영민은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 1군에서 내가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센은 지금까지 김영민, 문성현, 강윤구, 한현희, 조상우 등 마운드에서 유독 젊은 유망주를 많이 배출한 팀으로 꼽혔다. 그 리스트에 이제 하영민의 이름을 넣어도 될 법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