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다. 타율에 대한 부담에서도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 올 시즌 타격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원(SK 와이번스)이 유일한 4할타자(4할3푼4리)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재원은 최근 지명타자가 아닌 포수로 출전해 팀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수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그러나 이재원은 오히려 마스크 쓰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반쪽 선수로 지냈다"면서 "(수비로 나서면) 오히려 부담은 덜해서 좋다"고 했다.
지명타자로 나올 때는 매 타석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공격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랬다. 물론 포수를 함께 하면 힘은 더 드는 게 당연하다. 그는 "막상 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 하면서도 "지명타자로 나가면 몸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 부담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포수로 뛰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그는 "공수 교대 과정에서 포수 장비를 챙기고 착용해야 해서 많이 바빠졌다"며 웃었다.
이런 그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가 있다. 바로 현역 선수시절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로 꼽힌 이만수 SK 감독이다. 이 감독은 "(이)재원이가 마스크를 쓰면서도 잘 치는 걸 보니 정말 흡족하다"며 "포수로 뛰면 타석에서 공이 더 잘 보일 수 있다. 나도 그랬다"며 껄껄 웃었다. 이재원도 이 감독의 말에 공감했다.
이 감독은 "(이)재원이는 현역시절 나보다 더 잘한다"며 "안그래도 재원이의 포수 기용을 두고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물오른 타격감 유지에 어떤 부분이 더 도움이 되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감독은 "재원이를 지명타자로 계속 기용하면 아무래도 선수 한 명이 벤치로 가야 했다"고 했다. 박정권, 루크 스캇 둘 중 한 명이 여기에 해당됐다. 선수 기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재원에게 포수를 맡기고 스캇을 지명타자, 박정권을 1루수로 두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감독은 "그래도 현역시절 내가 이재원보다는 빨랐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이재원은 "감독님의 통산 도루 개수는 꼭 넘어서겠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통산 52도루를 기록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 지금까지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도루는 7개다. 이 감독이 현역시절 두 차례(1985, 1992년) 작성한 한 시즌 개인 최다인 7도루와 같은 숫자다.
이재원은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부상 예방과 체력관리"라고 했다. 안방마님 노릇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철을 버티기 위한 체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그는 "최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며 "하지만 오늘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다 해도 다음이 있기 때문에 매번 성적과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 15타석 무안타까지도 경험해봤다"고 얘기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높은 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팀 타선에서 '이재원 효과'에 대해 한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다. 지난 26일은 주중 3연전을 앞두고 휴식일이라 SK 선수단은 따로 연습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숙소 로비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이재원을 봤다.
이 감독은 "재원이가 밖으로 나가서 스윙 연습을 하더라. 역시 괜히 타격 1위를 달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명기, 신현철 등도 스윙 연습을 같이 했다"며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재원은 지난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왼손투수 전문 대타 요원이라는 꼬리표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에는 부상 때문에 정작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시즌에 들어갔다"며 "올 시즌은 정말 절박했다. 이대로 나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게 아닌가 했다. 지난 시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좋은 결과로 나타나 기분이 좋다"고 했다. 27일 경기에서 SK는 넥센에게 졌다. 그러나 이재원은 이날도 3안타를 치며 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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