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4번타자 역할을 제대로 했다. 김태균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5-4로 앞서고 있던 9회초 넥센 네 번째 투수 송신영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날렸다.
한화는 9회말 넥센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며 9-7로 이겼다. 앞서 당한 넥센전 4경기 연속 패배를 끝낸 승리였다. 김태균의 한 방이 승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김태균에게 만루홈런을 내주고 4-9로 뒤지던 넥센은 9회말 맹반격을 펼쳐 3점을 따라 붙었다. 만약 9회초 김태균의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한화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태균의 한 방이 팀에게 여유를 준 셈이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홈런이 한 개뿐이었다. 홈런 숫자만 따진다면 9개 구단 4번타자들 중 가장 적었다.
하지만 김응용 한화 감독은 이런 김태균을 두둔했다. 4할5푼을 기록하고 있는 득점권 타율 때문이다.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김태균이 홈런은 아니더라도 적시타를 쳐내며 해결사 노릇을 잘 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최근 페이스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김종모, 장종훈 타격코치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태균의 홈런이 더욱 빛을 발한 이유는 또 있다. 이날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6회 판정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태균을 비롯한 한화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김 감독이 퇴장으로 남긴 메시지에 승리로 부응했다.
김태균은 "감독님이 퇴장을 당한 뒤 오히려 더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덕아웃에 있던 코칭스태프, 동료선수들 모두 투지가 더 올라갔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태균은 이날 3안타 5타점을 폭발시키며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4번타자가 힘을 내자 동료들도 뒤를 잘 받쳤다. 펠릭스 피에도 경기 후반에는 범타에 그쳤지만 앞서 세 차례 타석서 모두 안타를 쳤다. 이용규, 한상훈 등 테이블세터도 역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분발했다.
김태균은 "이틀 연속 경기 도중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나왔다"며 "그래서 정말 꼭 이기고 싶었다. 만루홈런을 계기로 좋은 감각을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이날 넥센의 끈질긴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잔루 숫자는 넥센과 같은 7개를 기록했지만 집중력과 경기를 이기려는 의지에서 좀 더 앞섰다.
한화는 올 시즌 넥센과 상대전적에서 4연패 뒤 이날 첫 승을 거뒀다. 넥센은 한화에 천적같은 팀이지만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넥센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적이 있다. 넥센은 정규리그 최종전 한화와 경기에서 1-2로 지는 바람에 2위 자리를 놓치고 플레이오프 직행 꿈을 접어야 했다.
두 팀은 21일 현재 7.5경기 차다. 순위표에서 2위와 8위로 차이가 크게 나지만 넥센이 한화를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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