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은 조용히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최종엔트리 23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4명이 15일까지 입소해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해외파가 모두 귀국해 전원 소집을 완료하려고 하지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 진출한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윤석영(24)의 상황에 따라 25일에야 완전체가 될 수 있다.
순차적인 선수 소집은 자칫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 수 있다. 당초, 홍명보 감독도 21일부터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지만 합류가 늦어질 윤석영 문제로 머리가 아파졌다. 오는 19일 합류하기로 한 중국파 김영권(24, 광저우 에버그란데), 박종우(25, 광저우 부리), 하대성(29, 베이징 궈안)도 21일 경기를 소화하게 되면 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팀 체제를 정비하기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이 바로 주장의 역할이다. 주장은 늘 그렇듯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한다. 예전과 달리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수단을 한데 묶는 주장의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
아직까지 누가 홍명보호 주장이 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후보군은 어느 정도 나와있는 상태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팀의 주장을 맡아왔고 홍 감독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구자철(25, 마인츠05)이나, 조광래호 시절 주장을 해봤던 박주영(29, 왓포드), 최근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할 말은 명확하게 하는 이청용(26, 볼턴 원더러스) 등이다.
구자철은 15일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에서 필요한 리더에 대해 은퇴한 박지성을 거론하며 "(박)지성이 형을 떠올려보면 운동장에서 늘 선수들을 위해 희생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게 바로 현 대표팀에 필요한 부분이고 모두가 잘 알고 있다"라고 대표팀의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을 전했다.
원팀(One Taem)을 주창하는 홍 감독의 철학에는 개인의 실력을 팀에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U-20)월드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구자철은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홍명보식 축구를 실천했다. 격이 훨씬 높은 월드컵에서는 지도자의 의도를 더욱 잘 읽는 주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자철의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
박주영은 선수들이 모두 믿고 따르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장 가능성이 있다. 언론과 팬들을 다소 기피하는 태도를 보여온 박주영이지만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해온 선수들에게는 개그맨 이상의 수다꾼으로 불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주영의 말 한 마디는 선수들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측면이 있다.
주장을 하기에도 적합한 나이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유일한 30대인 곽태휘(33. 알 힐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1985년생이다. 박주영과 김창수(29, 가시와 레이솔), 이근호(29, 상주 상무), 정성룡(29, 수원 삼성), 하대성 등이 모두 동갑이다. 어색함 없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많아 박주영에게도 주장을 믿고 맡길 수 있다.
이청용은 홍 감독과는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지만 현 대표팀의 중심 축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내, 외부에 할 말은 명확히 하는 이미지가 구축되어 있는데다 실력과 인성 모두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전에서 주장 완장을 찬 경험이 있다.
이청용은 대표팀의 융화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쓴소리도 강하게 하는 등 눈치를 보지 않는다. 선수들과도 두루두루 친하다는 점에서 주장을 맡기기에 무리가 없다. 나이상으로 중간급에 속한다는 것이 장점도, 약점도 될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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