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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월드컵은 '홍명보와 아이들'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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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홍명보의 아이들' 최종엔트리 23명 중 15명 발탁

[최용재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대표팀 최종엔트리 23명이 확정됐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그 23명의 이름을 직접 호명했다.

예상대로였다.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대한 예상을 이번처럼 쉽게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포진했다. 특히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그리고 홍 감독이 이끌었던 청소년 대표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까지 합친다면 그야말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다.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이범영(부산), 수비수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황석호(히로시마), 김창수(가시와), 미드필더 기성용(선덜랜드), 박종우(광저우 부리), 구자철(마인츠), 김보경(카디프 시티),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박주영(왓포드)까지 런던 올림픽 멤버다.

그리고 3명의 선수가 더 있다. 홍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지만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한국영(가시와 레이솔),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포함됐던 골키퍼 김승규(울산 현대)도 있다. 23명의 최종 엔트리 중 홍명보의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무려 15명이나 된다.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가 소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선수 선발의 권한은 절대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또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 감독과 함께 해본 익숙한 선수를 뽑는 것이 맞다. 어떤 감독이라도 그렇게 한다.

홍 감독도 그렇게 대표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자신의 식구를 챙기기 위해 원칙을 깨고, 말을 바꾸고, 드러나지 않은 편법을 쓰고, 특혜를 남발했다. 이런 과정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후 최종엔트리 발표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봤을 때 홍 감독이 해낸 업적은,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 소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부터 홍명보의 아이들을 월드컵 주축 선수로 쓸 마음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에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래서 홍 감독은 원칙을 내세우며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겠다.' 홍명보의 아이들이라고 해도 대표팀에 발탁되기 위해서는 소속팀 활약이 먼저라고 했다.

이 말을 믿은 순진한 '보통 선수'들은 죽어라 소속팀에서 뛰었고, 소속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하지만 이 원칙은 홍 감독의 이미지를 위한 허울뿐인 원칙이었음이 드러났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은 많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홍명보의 아이들 중 일부는 소속팀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불안했다. 자신과 익숙한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스스로 내세운 원칙으로 인해 그러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당당하게 원칙을 깼다. 시작은 박주영이었고 피날레는 윤석영이었다.

박주영이 올 시즌 소속팀에서 한 일이 무엇이며 윤석영은 월드컵 본선에 나설 만한 활약이 있었던가. 지동원, 김창수, 박종우는 어떤가? 물론 이들은 한국축구를 대표할 만한 좋은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과연 이들이 홍명보의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에는 이들보다 뛰어난 다른 선수들이 정말 없는가?

같은 봉와직염 부상인데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어떤 선수는 부상 부위가 10% 아물지 않아서 안 되고, 어떤 선수는 조깅도 못할 정도의 부상이라는데 된다. 어떤 선수는 소속팀에서 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세우며 강력 어필했는데 안 되고, 어떤 선수는 전화 통화로 컨디션이 좋다고 보고만 하면 된다. 대표팀 관리 하의 개인 훈련은 특정 선수만 받을 수 있고, 조기 귀국도 몇몇 선택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었다.

누가 봐도 편애고 특혜다. 홍 감독이 자신과 맞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으로 비난 받을 일은 없다. 다만 자신의 식구를 챙기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 비난 받을 일이다. 겉으로는 공정한 경쟁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홍명보의 아이들만 챙기는 결과로 나타난 '이중성'이 비판대에 올라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경쟁은 없었다. 홍 감독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끼는 선수들을 데리고 와야 할지만 고민한 것으로 비칠 뿐이다. 처음부터 당당하게 내 선수들을 쓰겠다고 말하고 관리를 해왔다면, 소외된 쪽에서 다소 불만은 있었겠지만 이런 비난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온 일련의 과정들은 홍명보의 아이들을 품기 위한, 제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 뒤틀린 과정의 연속이었다. 원칙과 기본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축구팬들이 화가 나는 것이다.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다.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를 지지하는 쪽이 있고,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를 외면하는 쪽이 있다. 홍명보의 아이들, '그들만의 월드컵'이라며 이제 막 출범한 월드컵 대표팀에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현상이 엄연히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월드컵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양분된 것은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힘을 보태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홍명보호는 출항하면서부터 둘로 갈리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홍 감독이 자청한 일이다.

홍명보의 아이들 동창회, 그들만의 월드컵이라는 시각에 대해 홍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그 선수들을 다 잊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홍 감독은 마지막까지 신뢰를 주지 못했다. 끝까지 솔직하지 못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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