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면 항상 그라운드에 선수들보다 먼저 들어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표팀 지원스태프 중 장비 관리사다.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훈련을 맞추기 위해 그라운드에 콘, 깃대, 허들 등 다양한 장비를 설치하고 볼도 미리 준비해 놓는다.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면 이들은 말없이 장비를 챙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들은 보이지 않는 마술사나 마찬가지다. 경기 유니폼은 물론, 트레이닝복 등 선수들의 의복도 꼼꼼히 챙긴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경우 계절상 가을에 열렸지만 일교차가 심해 반팔부터 긴팔 유니폼 등 다양하게 챙겨야 했다. 선수당 유니폼만 20벌이다 됐다.
2004년 축구협회 인턴으로 입사해 10년째 대표팀의 모든 장비를 책임지고 있는 차윤석(35) 장비 담당관에게는 어렵지만 쉬운 일이다. 7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의 움직임만 봐도 어떤 사이즈의 유니폼을 챙겨 입는지 다 아는 달인이 되어 있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가방 70개, 무게로 따지면 3.5톤에 달하는 대표팀의 장비를 챙겨야 한다. 브라질 현지 기후가 베이스캠프와 경기가 열리는 도시마다 다르니 의류의 종류가 더 많이 늘었다.
해외 원정시 공항에서 늘 짐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나마 월드컵은 전세기로 이동하니 짐을 분실하는 일이 적은 편이다.
대표팀에는 누가 선발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선발되는 그 순간부터 차 담당관은 기존의 선수와 새 얼굴들을 총망라해 각자의 사이즈에 맞는 유니폼부터 준비한다.
그는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박주영의 경우 유니폼 안에 입는 언더셔츠를 변형시켜서 입는다. 그런 습관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선수는 스타킹 길이를 줄여달라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우리 몫이다. 이청용의 경우 까다롭지 않다. 스스로 챙기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 때는 대표팀이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거쳐 남아공으로 입성했다. 그런데 남아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장비 검수를 받다가 유니폼에 프린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장비 후원사인 나이키와 급박하게 연락해 새 유니폼을 공수하는 등 진땀을 뺐다. 기존 준비했던 유니폼은 선수들이 모두 기념으로 가져가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보통 한 경기에는 유니폼이 두 벌 정도 소진된다. 전반전이 끝나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땀에 절어 무게감이 더 느껴질 경우 플레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기후가 천차만별이라 더 조심스럽다. 차 담당관은 "의류가 전체 짐의 80%다. 찢어지는 등의 변수가 있어 철저하게 준비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어려운 경기를 승리하면 보람이 크게 느껴진다는 그다. 그는 월드컵 대표팀 소집 후 훈련이 시작되면 집에 가지 못하고 파주에서 같이 합숙한다. 최대한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 파주NFC의 골대 근처에 설치한 헤딩 연습기나 피지컬 강화를 위한 점프 스텝 기기 등을 제작해 훈련 여건 높이기에도 주력했다.
차 담당관의 브라질월드컵 바람은 소소한 편이다. 그는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연히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으로 본다"라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조용히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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