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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아직도 불륜드라마라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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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포인트, 오혜원과 이선재 둘러싼 권력의 시선

[권혜림기자] 비밀스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를 이제 알 사람은 다 안다.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긴장감도 느슨해졌다. 남녀를 향한 확신에 찬 의심을 이제 시청자들도, 당사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이 추악한 권력 다툼에 이용될 것이란 추측은 어느덧 사실이 됐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밀회' 12화의 중심은 결코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의 밀회가 아니었다. 이들의 만남을 둘러싸고 어떤 힘들이 작동하고 있는지, 그 중 가장 영악하고 기민한 권력이 누구의 것인지가 중요했다.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이자 '삼중첩자'인 오혜원은 남편인 교수 강준형(박혁권 분)은 물론, 서한그룹 회장 서필원(김용건 분)과 그의 아내인 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 분), 서필원의 딸인 아트센터 대표 서영우(김혜은 분)에게 이용가치 높은 인물이다. 이들은 오혜원의 능력을 신임하는 만큼 더 활용하길 원한다. 혜원의 약점을 모른체 할 리 없다.

예외로 칠법한 주변 인물은 혜원의 오랜 친구인 서한음대 교수 조인서(박종훈 분) 부부다. 그러나 혜원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아끼는 이 부부의 존재는 그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숨통으로서 장치일 뿐이다. 혜원의 곁, 이들과 이선재를 제외한 모두가 잠재적 적수다.

남편 강준형의 목적은 오로지 출세다. 혜원과 선재의 관계를 애초에 눈치챈 그는 사람을 시켜 감시해 빤히 알고 있던 둘의 여행에 화내지 않았다. 혜원이 자신의 라이벌인 조인서와 짜고 선재를 유학보내려 한다며 분노했다. 자신 외에 혜원을 감시하는 또 다른 눈이 있음을 알게 된 뒤엔 "증거는 내가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성숙과 서영우는 앞다퉈 혜원의 뒤를 캤다. 새어머니와 의붓딸의 신경전인 동시에 그룹의 돈과 권력에 가장 가까이 있는 두 여자의 혈투다. 서영우는 역술가를 찾았다. 준형이 어떤 고민을 상담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강준형에겐 "삼자대면을 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술적 교감에서 비롯된 사랑"을 "일상다반사"로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한성숙은 서필원의 주머니, 영우의 사업체가 숨겨둔 자금을 캐는데 혈안이 돼 있다. 혜원의 약점을 캐내 그를 제 목적에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민용기(김창완 분)에겐 "면회 순서를 보면 서열이 보인다는데, 오실장이 2등"이라며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혜원과 선재는 소문을 의식해 만남도 연락도 자제했다. 각자의 집, 소파에 앉은 혜원과 피아노를 치는 선재는 나란히 서로를 떠올린다. 결국 혜원은 선재 일상의 언저리를 찾아 그를 만난다. 두 사람은 무작정 버스를 타고 함께 떠난다.

선재와 한옥 숙소에 들어선 혜원은 유학 시절 영우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당시를 떠올린다. 유학 기회와 청춘의 자존감을 맞바꿨던 과거다. 즐겨 들었다는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Piano Man)'을 선재와 함께 감상하며 엉엉 운다.

여행의 막바지, 화면 속 혜원과 선재의 구도는 대화 내용과 맞물려 은유가 된다. 문턱을 가운데 두고 혜원은 방 안에, 선재는 방 바깥에 있다. 혜원은 숙소의 외관 호스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런 거 좀 이쁘게 하지. 참 무신경해. 저런 게 다 눈에 안들어오나봐." 선재는 "저희 집은 저거보다 백 배 더한데"라고 답한다.

혜원이 "다르지. 여긴 감성을 파는데고 네 집은 내가 눈에 뭐가 씌인 건데? 네 역사 아니야"라고 말하자 선재는 "저것도 역사죠. 과정이고. 다 그런 눈으로 보시면 되잖아요"라고 여유있게 응수한다. 이후 "그만 가르치라"는 혜원의 웃음 섞인 말 이후 둘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는다.

방 안에 앉은 혜원을 비출 때, 카메라는 그의 말끔한 가방 역시 화면 오른편에 함께 담았다. 해는 중천에 떴지만, 차분한 방 안 혜원의 주변은 그만큼 밝지 못하다. 반면 선재는 혜원이 지적한 "무신경한" 외관에 가까이 있다. 그래도 밝고 싱그럽다. 행복해서 더 불안했던 여행은 문턱을 사이에 두고 이들 삶의 격차를, 혹은 서로 다른 영혼의 채도를 연상시키며 끝이 났다. 순탄치 않을 사랑이 또 한 번 예고됐다.

2막이 열린 '밀회'의 관전 포인트는 더 이상 파격적 나이차의 관능적 사랑이 아니다. 애가 타는 혜원과 선재의 사랑이 과연 누구의 힘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까발려질지다. 이쯤 되면 '밀회'를 불륜 드라마로 부르긴 멋쩍다. 다만 친구의 불륜, 충신의 불륜, 상사의 불륜, 심지어 아내의 불륜도 히든 카드가 되는 권력의 세계를 그릴 뿐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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