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또 다시 마무리투수 고민에 빠졌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롯데는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경기에서 9-10으로 역전패했다. 경기 초반 타선이 터지며 7-1까지 여유있게 점수 차를 벌렸다. 쉽게 갈 줄 알았던 경기는 넥센의 끈질긴 추격에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렀다. 8회까지 8-7로 추격 당했지만 9회초 귀중한 한 점을 도망갔다. 그러나 9회말 마무리로 나선 정대현이 이택근에게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고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롯데는 정대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강영식이 만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박병호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바람에 허무하게 경기를 마쳤다. 확실한 마무리투수 부재가 부른 뼈아픈 역전패였다.
롯데는 지난해 4월에도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시즌 개막 당시에는 정대현을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 그러나 정대현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흔들렸다. 김시진 감독은 고심 끝에 중간계투 중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안정적이라 꼽히던 김성배를 급히 마무리로 돌렸다.
김성배 카드는 효과를 봤다. 김성배는 지난 시즌 58경기에 출전, 31세이브(2승 4패 4홀드)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불안하던 뒷문을 비교적 잘 틀어 막았다.
그런데 올 시즌엔 마무리로 시즌을 출발한 김성배가 잇따라 흔들렸다. 3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블론세이브를 2개나 기록할 정도로 마무리에 애를 먹었다. 패전투수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9회말 2사 1, 3루 상황에서 양의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 감독은 고정 마무리를 보류하고 당분간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간다고 선언했다. 20일 두산전에서는 9회초 두 점을 내 3-2로 역전 리드를 잡자 9회말 마무리로 김성배가 아닌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대현은 벤치 바람대로 1이닝을 잘 막아내며 롯데의 승리를 지키고 243일 만에 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롯데의 집단 마무리 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22일 넥센전에서 김성배는 1년 만에 다시 원래 자리였던 중간계투로 나왔다. 8-5로 리드하던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선발 장원준에 이어 구원 등판한 김성배는 7회 실책과 함께 2안타를 맞고 1실점을 한 뒤 물러났다. 한두 이닝 정도 깔끔하게 막아주기를 바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의 실질적인 마무리는 다시 정대현이었다. 그는 9-7로 앞선 9회말 팀의 6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볼넷과 안타를 내리 내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택근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9-9 동점. 롯데와 정대현에게 상상하기도 싫은 그림이 그려졌다.
하는 수 없이 롯데는 정대현을 내리고 7번째 투수 강영식을 투입했지만 넥센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강영식도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안타에 이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패를 막아내지 못했다.
롯데 벤치는 이날 불펜진을 풀가동했다. 그러나 '필승조'는 효과를 제 몫을 못했고 기대를 걸었던 마무리 카드 정대현마저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불펜 자원을 모두 투입하고도 경기에 진다면 힘은 더 빠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인데 하나가 풀리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 꼬이고 있다. 김성배, 정대현 두 마무리 카드가 모두 불안하다면 다음 대안은 무엇이 될까. 김 감독과 롯데 코칭스태프의 머리속이 이래저래 복잡하고 속이 타는 이유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