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다수의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머나먼 조국에서 들려온 비극에 류현진(27, LA 다저스)은 가슴이 답답했다. 더구나 변을 당한 승객 대부분은 그의 고향 인천과 인접한 안산의 고등학생들이었다. 류현진은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경기장인 AT&T파크 원정팀 개인 라커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모를 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류현진이 아닌 'SEWOL 4.16.14'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사고를 당한 세월호를 가슴에 품고 던지겠다는 자신 만의 각오였다.
류현진은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18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시즌 5번째 선발등판한 그는 흔들림 없는 투구를 경기 내내 선보였다. 그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고, 눈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공에는 힘이 있었고, 변화구의 각도도 예리했다.
마운드를 지킨 7이닝 동안 그는 경기를 지배했다.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그때 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실점을 방지했다. 안타 4개 가운데 장타는 없었고, 볼넷은 1개만 허용했다. 투구수가 112개로 다소 많았지만 땅볼로 11타자를 잡아낸 덕에 1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결과로 류현진은 시즌 3승(1패)째를 기록했다. 3승보다 더 중요한 건 차디찬 바다속에서 불귀의 객이 된 여러 영혼들을 조금이나마 달래줬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틀 전 트위터를 통해 "모두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Remembering the SEWOL disaster...)"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류현진은 한국에서 일어난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마음이 무겁다. 목숨을 잃은 여러 승객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경기 뒤 미디어 인터뷰를 위해 자신의 라커에 여객선의 이름(세월호)을 적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록 몸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지만 혼신의 역투로 세월호 피해자들과 큰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준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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